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군사 퍼레이드


마케도니아와 17세기 네덜란드, 프로이센. 시대는 달라도 세 나라는 대열(隊列)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는 중장갑보병을 밀집시킨 팔랑스(phalanxes)로 그리스를 석권하고 아들 알렉산더가 당시 알려진 세계를 정복하는 기반을 깔았다. 로마도 이 전술을 따랐다. 스페인의 압제와 싸우던 네덜란드 독립군을 이끈 오라녜 공 마우리츠는 고대 진법을 총기 시대에 맞게 고쳐 네덜란드 독립의 초석을 세웠다.


△병사들의 진영을 현대화한 주인공은 약체 프로이센을 유럽의 5대강국으로 끌어올린 프리드리히 대왕. 엄격한 제식훈련을 거친 3만명의 군대로 5만 프랑스군을 궤멸시킨 데 이어 8만 오스트리아군까지 물리친 1757년의 로이텐전투는 근대 병진(兵陣)의 백미로 꼽힌다. 승리의 비결은 기동력. 발이 기동력의 전부던 시절에 여러 횡대로 구성된 대형이 행진하며 분해와 결합을 반복하는 기동으로 다수의 적을 물리쳤다. 국군의 날 열병(閱兵)과 분열(分列)도 여기서 나왔다. 오늘날 모든 군사 퍼레이드의 원형도 프로이센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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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를 사열하는 의식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삼국사기에는 백제 근초고왕과 신라 문무왕의 군대 사열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역대 임금들이 친위군을 사열하고 군의 대열을 정하고 사열하는 방법을 논의했다는 기록이 무수히 나온다. 요즘에는 겉치레 사열을 지양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20세기 초까지 열병과 분열은 강한 군대의 척도였다. 청나라 말기 무술의 고수들이 일으킨 태평천국의 난은 청이 자랑하던 기병인 만주 팔기가 아니라 유럽식 제식훈련과 집단전투 훈련을 받은 상승군(常勝軍)에 의해 예봉이 꺾였다.

△오늘날에는 축제로 자리잡은 군의 시가행진에 등장하는 오색 종이는 주식시장에서 비롯됐다. 주가표시기가 상장사 이름과 주가ㆍ거래량을 담아 토해내는 가느다란 종이 테이프를 모아 1886년 10월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에 도착했을 때 빌딩에서 뿌린 게 시초다. 미국은 1ㆍ2차세계대전 승전퍼레이드에도 주가테이프를 잘라서 날렸다. 오랜만에 선보인 국군의 시가행진을 수놓은 오색 꽃종이처럼 경제도 주가도 화려하게 뛰어오르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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