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46까지의 형태는 준결승에서 윤성현이 김승준7단을 상대로 펼쳤던 바로 그것이다. 윤성현은 그 바둑을 아주 통쾌하게 이기고 결승에 올라온 것이다.
그때의 희열이 아직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그 정석수순을 다시 한번 펼친 셈인데 박영훈은 외세가 좋아서 만족했다고 하면서 이 절충은 백이 나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백이 38로 둔 것이 좀 이상한 착상이라는 것. 자기 같으면 중앙을 참고도의 백1 이하 7로 처리하고 백9에 다가섰을 것이라는 해설이었다.
한편 검토실의 서봉수는 여기까지의 절충을 쌍방 불만없는 결말이라고 평했다.
“흑의 외세가 막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백은 23집 정도의 실리를 선수로 얻었으니 아무 불만이 없다. 흑이 얻은 것이 어음인데 백은 현찰을 얻어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백이 도리어 뱃속 편한 입장일 것이다. 취향의 문제이긴 하지만….”
실제로 이 바둑은 실리를 앞서서 챙긴 윤성현이 형세를 줄곧 리드하게 된다. 종반에 가서 집중력 저하로 무너지긴 했지만 말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