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제 좀 더 쩨쩨해져야 산다”(경제를 살리자)

◎정부­물가 노조­임금 기업­해고 최대 억제를『우린 이제 좀 더 쩨쩨해져야 합니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시한 처방은 놀랍게도 이 한마디로 압축됐다. 서울경제신문이 15일 개최한 경제살리기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당면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계·근로자·기업·정부 등 각 경제주체는 반드시 「쩨쩨함」이라는 덕목을 익혀 실천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뭔가 거창하고 속시원한 묘책이 나오기를 기대한 입장에선 다소 실망스러운 말일지 모른다. 하지만 「쩨쩨함」이 함축하는 의미는 결코 쩨쩨하지 않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인식과 발상을 바꾸고 생활·근로자세, 경영원칙, 정책접근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각 가정이나 소비자는 조금씩만 더 쩨쩨해져 소비생활을 합리화하고 근검절약하는 풍토를 되찾아야 한다. 근로자는 「대충대충」 하지 말고 정성들여 에너지와 시간을 아끼는 직업정신을 체질화해야 한다. 기업인들은 양적인 팽창이나 구색갖추기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질적인 충실만을 목표로 삼는 경영마인드로 재무장해야 한다. 정부는 어떻게 하면 국민과 기업에 대해 보다 알차게 서비스할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조직·기능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소득이 1만달러를 웃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것은 아니다. 전국민이 절제와 검약을 체질화한 OECD마인드를 갖춰야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의 자격을 인정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그동안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결과가 오늘날 당면한 경제위기의 실체』라고 입을 모았다.<좌담내용 4면> 이들은 우리 경제의 현실이 흡사 「토끼(선진국)는 쉬지 않고 달리는데 거북이(우리나라)가 낮잠에 빠진 형국」이라고 진단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 국민 누구나 대대적인 분발이 불가피한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산업이 지난 30년간 정부주도, 대량생산, 외형성장 위주의 풍토에 젖어 경쟁력있는 상품도 만들지 못하면서 임금상승, 노사관계 악화, 기업의욕 저하라는 「동맥경화증」에 걸린 상태라며 기업인들은 앞으로 국민에게 경제적 보상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제살리기의 구체적 방안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이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조는 임금을, 기업은 해고를, 정부는 물가를 각각 동결 내지 최소한 낮춘다는 합의를 이른 시일 내에 모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여야영수회담을 통해 정치권이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합심키로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지적, 여야 3당이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우선의 공약을 제시하면 올 연말 대선에 따른 경제 주름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LG경제연구원 이윤호 원장, 무역협회 유득환 부회장, 조세연구원 최광 원장, 재정경제원 안병우 제1차관보 등 4명이 참석했다. 제1부 끝.<유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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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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