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파나소닉·도시바의 '이유있는 변신'

디카·반도체 생산라인이 야채재배 공장으로…

불황·경쟁력 잃은 日 제조업체 "고품질 먹거리 수요 늘어날 것"

돈 되는 첨단농업 뛰어들어 "식품매장이 전자업체 각축장"

도요타는 생산관리시스템 개발


파나소닉·도시바 등 과거 '제조왕국' 일본의 신화를 일군 굴지의 대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농업에 뛰어들고 있다. 오랜 불황과 한국 업체들과의 경쟁에 밀려 문을 닫은 일본 내 공장들을 첨단기술로 야채를 재배하는 식물공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기후변화와 경작면적 감소, 고품질 먹거리에 대한 수요급증이 예고된 가운데 기존 사업에서 한계에 부딪친 일본 제조기업들이 차세대 유망사업으로 농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4일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인 파나소닉이 싱가포르에서 실내 채소재배 사업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파나소닉은 시내 외곽의 공장 건물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인공광을 이용해 작물을 재배한다. 우선은 10종의 채소를 연간 3.6톤 생산하게 된다. 관련사업을 맡은 파나소닉 팩토리솔루션아시아퍼시픽의 바바 히데키 이사는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고품질 식품의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농업은 잠재적인 성장 포트폴리오"라고 설명했다. 파나소닉은 앞서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디지털카메라 공장 일부를 식물공장으로 바꾼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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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다른 기업들도 경쟁력을 잃은 제조산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한편 채소재배 사업에 잇따라 진출했다. 후지쓰의 경우 생산설비 해외이전으로 남아도는 국내 반도체 생산설비 가운데 일부를 식물공장으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청정도 유지가 생명인 반도체 생산설비의 특성과 무균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식물재배 환경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현재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후지쓰 반도체 생산공장 건물 3동 가운데 2동에서는 대규모집적회로(LSI)가, 나머지 1동에서는 무균상태에서 인공적으로 키운 양상추가 생산된다. 식물공장 운영을 맡고 있는 첨단농업사업부 생산부장은 얼마 전까지 반도체 제조를 책임지던 25년 베테랑이다.

이 밖에도 도시바가 5월 가나가와현에 보유하던 유휴시설에 반도체 생산관리 기술과 공기조절 시스템 등 회사의 광범위한 기술을 동원해 양상추와 시금치 등 무농약 채소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연내에 해외에도 대규모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일본 최대 자동차회사인 도요타의 경우 직접 재배사업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기업 특유의 생산관리 기법인 '가이젠'을 활용한 농가 생산관리 시스템인 '호사쿠(豊作) 계획'을 개발, 최근 일본의 9개 농업생산법인과 업무제휴를 맺었다. 도요타는 내년부터 자회사를 통해 호사쿠 계획 시스템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시장조사 업체 야노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 국내에서 100% 인공광을 이용한 식물공장 시장은 지난해 현재 34억엔 규모에서 2025년에는 443억엔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방식까지 합친 식물공장 시장규모는 같은 기간 233억엔에서 1,500억엔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는 대기업들이 저마다 농업시장에 뛰어들면서 "식품매장이 대형 전자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며 "이들 대기업이 과거의 유산을 재활용해 일본 농업을 살려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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