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고 되었기 때문에 개각이 놀랄일도 아니고 의외의 인물도 별로 없다. 행정 경험이 많은 실무형으로 짜여져 개혁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공직사회의 안정을 염두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특히 새 경제팀이 더욱 그렇다. 거의 전 경제각료가 물갈이 되었지만 이미 색깔이 잘 알려진 노련한 경제관료출신이 포진했다. 앞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예감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출발한 첫 경제팀은 아무래도 외환위기의 불을 끄는 역할을 담당할 수 밖에 없었다.반면 이번 경제팀은 환란이 어느정도 수습된 이후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안정 기반을 다지면서 성장잠제력을 다지는 역할에 초점을 맞춰 짜여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2기 경제팀에 지워진 과제는 분명하다. 지금 추진력이 붙은 구조조정을 마무리해가는 일이다. 그러면서 경기회복도 적극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두 과제는 서로 상충관계에 있는 것이어서 조화가 필요하다. 경기가 다소 풀리면서 개혁정책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괜히 나오고 있는게 아니다. 어느 한 쪽의 유혹에 휩쓸리다보면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재벌 개혁을 비롯하며 기업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차분히 일관성 있게 추진하여 성공적으로 매듭을 지어야 한다. 개혁은 우리 경제가 지속성장을 위해 하지않으면 안되는 길이지만 그렇다고 경제회복이 더디면 경제주체들은 실망을 하게 된다. 경기회복에 집착하다보면 기초가 부실한채 거품이 일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가 급상승하면서 인플레를 걱정하는 소리가 커져가고 있다는 사실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다음은 수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경제의 회복과 성장의 열쇠는 수출증대다. 외환위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체감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시 수출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수출에 벌써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 경제팀은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그런만큼 더욱 정치논리에는 「노」라고 당당히 말해야 한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정치권으로부터 정치논리와 정치적인 선심 압력이 어느때보다 강하게 불어올 가능성이 높다.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흔들리거나 좌우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제는 팀웍이 중요하다. 불화나 실세 다툼은 불행의 씨앗이다. 부처별 한건주의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견제와 조화가 필요하다. 현 체제는 과거의 부총리 자리가 없어 조정기능이 거의 발휘되지 않고 있다. 지난 경제팀의 부조화와 불협화가 그래서 유난했다는 지적이 결코 허튼 말이 아니다. 조정과 조화는 경제정책의 필수적 전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