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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마곡·판교 등 수도권 일대 대규모 택지개발이 잇따르면서 이들 지구 내 상가에 대한 과잉투자 우려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상가 분양업체들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점포를 2~3개씩 묶어서 파는 일명 '묶음판매'를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위례·마곡·문정·판교·동탄 등에서 인기가 '독점점포'와 비교적 상가 내에서 인기가 낮은 일반 점포를 묶어서 파는 '묶음판매'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독점점포란 약국·편의점·부동산중개업소 등 고정수요가 탄탄해 필수업종으로 분류되는 점포를 상가 내에 1~2개 정도만 배정해놓은 것이다. 이들 독점점포는 같은 상가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훨씬 높을 뿐 아니라 일부 업체들은 바닥권리금까지 따로 책정해 공급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되는 독점점포에 대한 수요가 몰리다 보니 분양업체들이 이들 독점점포를 분양하면서 바로 옆의 일반 점포 1~2개를 한데 묶어 파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팔 때 '1+1' 묶음판매를 하듯이 최근 상가 분양에서도 묶음판매가 유행하고 있다"며 "단순히 독점점포와 묶어 파는 것 외에도 상가 위치나 규모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묶음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출이 잘되는 상가 1층 모서리 점포와 옆자리 점포의 묶음판매다. 건물 모서리에 위치한 점포는 여러 각도에서 눈에 잘 띄는데다 희소성이 높은 점을 이용해 맞닿은 점포를 한데 묶어 분양하는 방식이다.
문정동의 H공인 관계자는 "모서리에 위치한 점포 분양가가 7억5,000만원이라면 바로 옆자리 점포를 합쳐 분양금액을 10억원에 맞추기도 한다"며 "좋은 자리에 입점하는 조건을 빌미로 입지가 떨어지는 곳까지 함께 팔아 분양률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가로(스트리트)형 상가의 경우 중앙광장 대로변에 위치한 상가를 이면도로에 위치한 상가와 함께 묶어 파는 방식도 유행이다. 특히 위례신도시처럼 트랜짓몰이 특화돼 있는 경우 중앙광장 쪽의 작은 상가들은 쉽게 분양이 이뤄지는 데 비해 이면도로의 큰 상가들은 분양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공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애초에 묶음 분양 방식을 요구하는 분양업체들이 많다는 전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묶음판매가 '양날의 칼'인 만큼 투자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같은 상가 내에서도 위치가 좋은 상가를 분양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과잉투자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분양업체들은 2~3개 점포를 분양 받아 남는 점포는 재매각하거나 임차인을 모집하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택지지구 상권의 경우 제자리를 잡기까지 길게는 4~5년 정도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분양 받은 점포를 헐값에 세놓거나 오랜 기간 비워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묶음판매가 부당해 보일 수도 있지만 병원과 약국을 한꺼번에 분양 받는 경우처럼 수요자들의 필요에 의해 계약이 성사되는 사례도 있다"며 "다만 상가를 여러 개 분양 받았을 때 본인이 직접 운영하지 않을 경우 이를 어떻게 활용해 수익률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