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부 무리한 개입 치명적 결과 부를수도… "경제는 시장논리로"

■ '친서민 관치' 시장경제 왜곡시킨다<br>중소기업 살리기가 대기업 때리기 변질<br>서민주거정책 보금자리 민영주택 설자리 뺏어<br>中企·서민 기대감 키워 자생력 약화시킬수도

지방선거 및 재보선 이후 정부·여당의 친서민 행보가 더욱 강화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시장경제를 왜곡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 시장 내에 있는 포스코 미소금융지점을 방문해 시장상인들과 대출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왕태석기자


'친(親)서민' 정책이 시장경제 왜곡으로 이어지는 것은 공공의 힘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에 강제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원리를 위배하며 나온 정책들은 서민경제 활성화라는 좋은 의도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ㆍ중소기업 상생정책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소외된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적 의도는 좋지만 '대기업 때리기'로 비쳐질 경우 시장의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친서민 정책이 시장경제의 원리를 왜곡시킬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시장경제는 자생적 질서에 따라 움직인다"며 "지금의 친서민 정책은 정부가 시장경제를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의 기능인 가격에 관여해 납품단가를 올려줘라, 대출금리를 낮추라는 등의 지시는 가격기능을 왜곡시키는 것"이라며 "정부는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두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도나도 친서민, 시장은 나 몰라라="잘 나가는 사람이 더 혜택을 받으면 사회는 분노할 것입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첫 발언이다. 장관 후보자들도 마찬가지다. 너도나도 서민정책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쏟아지는 친서민 정책에 시장기능은 점차 무력화되고 있다. 서민 주택마련 기반 조성이라는 좋은 의도에도 보금자리주택은 민영주택의 설자리를 빼앗으며 시장기능을 왜곡시키고 있다. 중소 건설사들의 경영난을 정부가 부추긴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금자리지구 인근 땅값이 개발호재로 급등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또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해 대거 대기수요로 돌아서면서 전셋값이 급등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ㆍ27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해 9월 서울의 60㎡ 이하 아파트 전셋값은 3.3㎡당 553만원에서 올해 6월 말 636만원으로 12%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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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폐지 유보 검토도 시장기능이 무시된 친서민 포퓰리즘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자감세'라는 비난에 징벌적 세제인 종부세를 폐지하겠다는 정책당국의 목소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시장의 신뢰 잃을 수도 있다=대ㆍ중소기업 상생정책이 대기업 몰아세우기로 변질되며 대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불공정거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서고 연일 정부가 상생을 강조하고 나서며 대기업들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하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납품단가를 후려치거나 하청업체의 기술을 빼앗는 행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할 일이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희생만을 발판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논리는 곤란하다"며 "대기업 때리기가 반기업 정서를 부추겨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에 바쁜 대기업의 발목을 잡을 경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나 서민에게 지나친 기대감만 키워 자생력을 저하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에도 옥석을 가려 성공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 원칙을 지켜야=정부가 지켜야 할 원칙은 지키는 상황에서 양극화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시장경제 원칙은 철저하게 지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동시에 불공정거래 등을 통한 중소기업의 피해는 구제하되 대기업도 정책의 변화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기업들은 미래에 투자를 해서 이익이 나올 것인지를 보며 결정하고 투자해야지, 아무 때나 투자해 실패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대기업에 압력을 넣어 (서민경제를) 부담하라는 식의 접근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우리 경제가 분배보다는 성장에 집중할 때라는 지적도 있다. 조선업이 최근 중국에 밀려 2위로 내려앉는 등 세계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 경제의 힘을 내부 일로 소진할 만큼 한가한 시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정부가 대기업의 행태에 대해 비난조로 일관하면 투자 의욕이 꺾이고 해외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지속하기 힘들다"면서 "경제성장의 온기가 이제 막 돌기 시작하는데 정부가 성급히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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