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안전·재난시스템 구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 관련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페이고(pay-go)' 원칙 강화 등 새로운 재정개혁과제 16개를 선정해 오는 2018년까지 20조원 안팎의 추가재원을 조달할 방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재난처' 설립을 천명한 데 이어 국가시스템 곳곳에서 구멍이 발견되면서 안전 분야에 대한 추가 예산 지출이 불가피해지자 재차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수입은 빠듯한데 지출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제시한 공약가계부에 따르면 앞으로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총 134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경제혁신3개년계획에서 새롭게 등장한 통일 준비 예산과 지역공약 이행 등은 모조리 빠진 금액이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예산 확대가 포함되면서 정부가 필요한 재정은 계속해서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딜레마에 빠진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재정개혁이다. 예산이 중복되는 사업 600여개를 과감히 통폐합하고 페이고 원칙도 강화해 재원조달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예산사업은 시작 단계에서 제동을 걸 계획이다.
우선 각종 규제를 완화해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 재정이 들어가던 분야에 민간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단지 안에 '복합용도구역' 제도를 도입해 마트나 문화시설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또한 공장 안에 약국 등이 입주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지적재산권 임대 등 산단 입주기업의 수요가 많은 서비스기업의 산단 이주도 허용할 방침이다.
재정 편성 측면에서는 페이고 원칙이 강화된다. 예산 마련 방안도 없이 각 부처가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각 부처는 10억~20억원의 초기 예산만 마련해놓고 일단 사업을 벌여놓은 뒤 추가예산을 따내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이 밖에 판매수익금 중 78%만 예산체계(국민체육진흥기금) 내에서 운용됐던 스포츠토토의 판매수익금은 앞으로 전액 세입으로 편입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졸라매기'식 예산 편성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공약가계부를 통해 올해 예산에서 9조5,000억원을 아끼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절감예산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인 5조2,000억원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가 2018년까지 재정수지를 균형점으로 돌려놓겠다고 하지만 복지를 비롯한 재정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증세 없는 공약 실현이 가능한 것인지 여전히 의문시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내수경기 부진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민간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공지출까지 줄어들면 경기회복세가 주춤해질 수밖에 없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증세 없는 세입 확충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어 중장기 재정운용에서 부담스러운 측면이 많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