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빚 못 갚아도 상환 노력했다면 사기죄 안돼”

돈을 빌릴 당시 갚을 능력이 없었어도 노력할 의사가 있었다면 사기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 부부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2007년 투자자금이 필요했던 남편은 아내로 하여금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릴 것을 요구했다. 아내는 25년간 알고 지낸 이웃으로부터 2,000만원을 빌렸다. 이후 재정상황이 악화되자 남편은 또다시 돈을 빌려올 것을 요구했고 아내는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가 부도위기에 있는데 돈을 빌려달라. 내일 들어올 돈이 있으니 바로 갚겠다”며 다시 이웃에게 4,500만원을 빌렸다. 이 뒤에도 아내는 다시 500만원을 빌리는 등 총 7,000만원을 빌렸지만 회사 사정이 좋아지지 않아 갚지 못했고 결국 사기죄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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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은 “돈을 빌릴 당시 5억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고 부동산을 담보로 한 추가대출이 불가능했던 점, 투자한 여행사로부터는 별다른 수익이 창출되지 않은 점, 당시 채무를 돌려막기해야 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어 있었던 점 등을 볼 때 돈을 빌릴 당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걸로 보인다”며 부부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돈을 빌릴 당시에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이후 돈을 갚지 못했더라도 단순한 채무불이행일 뿐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돈을 빌릴 당시 김씨가 투자한 사업체가 경영부진을 겪고 있어 돈을 갚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어도 김씨 부부가 돈을 갚으려고 노력했다면 사기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돈을 빌릴 당시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가 부도위기에 있다’고 말하는 등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의 재정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알려줬다”며 “피고인들이 돈을 빌릴 당시 돈을 나중에 갚겠다고 말한 것 외에 허위 서류를 작성하는 등 적극적인 기망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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