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박창수 네오플램 대표

"회계사를 천직으로 알았는데… 이젠 주방용품 박사 됐죠"<br>항균도마·친환경 프라이팬등 70여개국 수출하며 쾌속질주<br>"美·中등 해외 현지법인 확대 주방용품 업계의 삼성 될것"




연 매출 100억원대의 잘나가는 회계법인을 운영하던 한 회계사가 어느날 갑자기 계산기 대신 프라이팬을 손에 쥐고 등장해 주변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된장찌개 하나 제대로 끓일 줄 모르던 그는 이제 프라이팬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주방용품 박사로 거듭나게 됐다. 한때는 '회계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박창수(50∙사진) 네오플램 대표의 얘기다. 그는 대학에 다니던 22살의 나이에 일찌감치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며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았다. 그 후로부터 20년 넘게 그의 이름 석자 뒤에는 항상 회계사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었다. 그런 그에게 주방용품 제조업체 사장으로의 변신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생에서 가장 탁월했던 선택'이였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주변의 반대와 우려를 뿌리치고 출발했던 그의 인생 2막은 현재까지 쾌속질주다. 지난 2006년 주방용품 사업에 뛰어든 후 5년 만에 전세계 7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했으니 말이다. 올해는 매출 1,600억원도 거뜬히 올릴 자신감도 갖게 됐다. 한술 더 떠 '주방용품 업계의 삼성이 되겠다'는 호언장담도 서슴지 않을 정도다. 박 대표는 "회계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제조업체 경영자를 선택했을 때는 딱히 제조업에 대한 사명감은 없었다"면서도 "사업 확장에 따른 성취감이나 보람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말했다. 네오플램은 1990년 설립된 주방용품 유통업체인 하이엘무역(옛 재영상사)이 모태다. 내수시장은 물론 미국 및 유럽 지역을 대상으로 주방용품 유통사업을 하던 하이엘무역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체 브랜드를 직접 판매해보겠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회사가 바로 네오플램이다. 회사의 창립멤버이자 3대 주주인 박 대표는 초창기에 회계사 사무실 운영을 병행하며 네오플램의 재무 및 회계파트, 상품기획 업무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주방용품 사업이 점차 커지면서 지난해에는 아예 대표이사를 맡아 사업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네오플램의 성공은 이미 포화 상태인 레드오션에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생생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박 대표는 "처음부터 세계에서 1등 제품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주방용품이라도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기술과 소재, 디자인을 접목시키려 했던 노력이 적중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네오플램의 첫 사업 아이템이었던 도마는 '항균도마'를 콘셉트로 했다. 생선이나 고기 등의 날음식과 신선식품인 야채, 채소 등을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는 도마의 특성상 위생문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파한 것. 이에 따라 박 대표는 미국 화학회사인 마이크로반의 항균 물질을 접목한 도마를 개발했다. 또 단조로운 색감 일색이었던 기존 도마에 노랑∙연두∙핑크∙하늘색 등의 컬러를 입혀 차별화에 성공했다. 네오플램의 항균도마는 세계에서도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따냈으며 글로벌 할인점인 코스트코의 전세계 530여개 매장에서도 팔리고 있다. 그가 판매하는 냄비나 프라이팬 제품도 세라믹코팅의 일종인 '에콜론코팅'을 적용해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에콜론코팅은 돌과 모래 등 천연재료를 원료로 사용해 오래 가열해도 음식이 타거나 눌어붙지 않는다. 특히 450℃의 고온에서도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며 코팅이 녹지 않는 친환경 기술이다. 박 대표는 "대표적인 프라이팬 코팅기술인 테플론이나 다이아몬드 코팅이라 불리는 불소 수지코팅은 화학물을 원료로 사용한다"며 "반면 천연물질을 사용한 에콜론코팅은 조리과정에서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가장 친환경적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세라믹코팅 제품 생산을 위해 2009년 설립한 자회사인 네오세라믹 공장은 당초 매월 5만개를 생산하겠다고 만들어졌지만 지금 월평균 생산량은 40만개에 이르고 있다. 박 대표가 늘 주장하는 '착한 가격'도 네오플램의 성공을 이끌어내고 있다. 네오플램의 제품들은 백화점에 납품되는 고급 주방용품들과 원가 차이는 최대 10%에 불과하지만 판매 가격은 이들 제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팔리고 있다. 그는 "돈을 많이 벌기 보다는 다음 세대까지 영속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신념이 강했다"며 "전세계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매스티지(대중명품)가 우리 제품의 기본 철학"이라고 소개했다. 올해는 세라믹 밀폐용기 및 물병을 비롯해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트라이탄 소재를 활용한 밀폐용기와 물병 출시를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올해 신제품군에서만 200억~3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주방용품업체를 실현하기 위해 해외시장에도 더 공을 들일 계획이다. 올 1월 설립한 대만 법인을 비롯해 미국∙영국∙브라질∙중국에 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네오플램은 매년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2~3개국에 현지법인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네오플램의 사령탑에 오른 이후 박 대표의 생활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하다. 대표이사 취임 이후 박 대표는 짜투리 시간을 쪼개 피트니스를 시작했다. 매일 이어지는 접대와 야근, 해외출장 등 높은 업무강도를 견디기 위해 시작했던 피트니스로 1년여 동안 8㎏을 감량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고 난 후 매일매일 도전과 위기의 연속"이라며 "당장 그날 오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사업이지만 그런 사업의 다이내믹한 속성이 오히려 내게 숨겨진 도전 정신에 불을 당긴다"고 말했다. 5년 뒤 네오플램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런데 박 대표는 50년 뒤를 말한다. 그는 "5년 뒤는 네오플램이 꿈꾸는 청사진을 위해 거쳐가는 하나의 시기에 불과하다"며 "50년 뒤에도 회사가 존속하며 글로벌 주방용품 명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컬러풀한 디자인으로 '주방기구 패션화' 앞장
■ 네오플램은
친환경 소재·착한가격도 강점… 매출 절반이 獨·美·이스라엘서 네오플램은 컬러풀한 디자인의 주방기구로 전세계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주방용품업계의 파워 루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신생 업체이지만 '가족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브랜드'를 앞세워 세계 7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세련된 디자인과 건강한 친환경 소재, 착한 가격이라는 3대 경영철학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93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창업 초기부터 검정색 일색이던 프라이팬시장에 핑크∙옐로우∙그린∙블루 등 형형색색의 파격적인 디자인 프라이팬을 선보이며 패션 주방용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디자인뿐 아니라 제품력에서도 친환경 주방용품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네오플램의 냄비나 프라이팬은 천연 소재인 에콜론코팅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밴의 항균물질을 적용해 개발한 항균도마는 박테리아∙곰팡이 등과 같은 미생물의 번식을 차단하는 강한 항균력을 자랑한다. 특히 네오플램 항균도마는 월 평균 50만개의 판매고를 올리며 네오플램에 '세계에서 도마를 가장 많이 파는 회사'라는 타이틀을 안겨주기도 한 효자상품이다. 이 밖에 전통 도자기 방식을 차용한 웰빙 내열자기 '네이처쿡', 환경 호르몬 우려가 없는 트라이탄 소재의 어린이 물병 '아이워터' 등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친환경 주방용품들로 제품라인을 확대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겐조 다카다와의 협업을 통해 친환경 프리미엄 내열 냄비인 '레브 디자인 바이 겐조 다카다'를 선보이며 주방용품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네오플램 제품에 대한 반응은 해외시장에서 더 뜨겁다. 네오플램의 지난해 매출 중 절반 수준인 4,000만달러가 대부분 독일∙미국∙이스라엘에서 발생했다. 특히 주방용품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시장이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네오플램의 제품력과 차별화된 디자인이 까다로운 유럽인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한 네오플램의 프라이팬인 에콜론팬은 이스라엘 등에서 '베스트셀링 프라이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월에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재 박람회인 프랑크푸르트 소비재 박람회에 참가해 1,000만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스몰 M&A로 회사 규모 키워
네오세라믹등 협력사 인수 통해 자금 부담 줄여
통상 새내기 기업의 경영자들은 자금 확보에 골머리를 싸매기 마련이다. 제품 개발에서부터 생산시설 구축까지 투입되는 막대한 초기 자금은 숱한 기업들을 좌절에 빠뜨리고는 한다. 박창수 대표는 이 같은 초기 기업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평소 거래해온 기업들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스몰 인수합병(M&A) 전략으로 회사 덩치를 착실하게 키워 왔다. 네오플램이 7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중국 절강네오플램주구유한공사의 경우 처음에는 해외협력업체로서 공식적인 관계를 맺게 됐다. 이 회사는 네오플램과 몇 년간 거래를 해오며 두터운 신뢰를 쌓은 끝에 박 대표의 경영철학 등에 관심을 갖고 먼저 인수를 제안했고 지금은 성공적인 동반자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네오플램의 세라믹 제품 생산을 맡고 있는 국내 자회사인 네오세라믹 역시 지난 2009년에 1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1~2년간 제품을 판매하며 자금 여력을 확보하고 어느 정도 협력업체들과 손발이 맞고 뜻이 맞았을 때 지분투자 방식으로 인수했다"며 "처음부터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자금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물론 박 대표가 협력업체에 쏟아부은 꾸준한 관심과 신뢰가 든든한 밑바탕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스몰M&A를 통해 확보한 자금 여력은 박 대표가 남들과 차별화된 디자인에 과감하게 투자비를 쏟아놓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고 이는 독창적인 주방용품 개발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춰놓고 시작하기 보다는 주어진 여건 내에서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보다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갖고 조금씩 회사의 외형을 키워가다 보면 50년, 100년을 영속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름의 노하우를 전했다.
박창수 대표는
▦1962년 부산 ▦1983년 공인회계사시험 18회 ▦198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85년 신한회계법인 ▦1987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 ▦1990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93년 세원회계사무소 대표 ▦2001년 대현회계법인 대표 ▦2002년 재단법인 그레고리오 장학회 이사 ▦2010년~ 네오플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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