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예술 소외 지역에 활력 불어넣다

태백 구와우 자생식물원 내에 설치된 서용선의 작품 '태백을 향해 소리치는 사람'에는 황량한 지역에 예술의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여름에는 활짝 핀 노란 해바라기에 뒤덮여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예술은 소외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런던과 베이징의 과거 공장지대는 ‘테이트모던 갤러리’와 ‘다산즈 798예술특구’로 되살아 났고, 일본 니가타현의 버려진 산간 마을은 3년에 한번 열리는 미술행사인 ‘에치고 츠마리 트리엔날레’를 통해 관광특수까지 끌어내고 있다. 이처럼 문화의 ‘소프트파워’를 지역 활성화에 접목한 행사가 국내에서도 풍성하다.

◇태백, 예술과 자연이 통하다=서용선, 유장복, 이경희 등 작가들이 주축이 된 미술그룹 ‘할아텍’은 2001년부터 매달 셋째주 토요일에 강원도 태백ㆍ철암을 방문해 그 지역을 주제로 한 작업을 전개했고 올해 초 100회를 맞았다. 그 동안 태백산 그리기, 어린이 도서관 벽화그리기 등을 비롯해 움집 만들기(류광운), 환경영화 토론회(박미화), 폐자제 재활용한 작품 만들기(최유정), 판화 수업(김태욱) 등이 진행됐다. 이 행사를 거쳐간 200여 작가들은 8월 한달 동안 지난 100회의 여정을 정리한 특별전 ‘거기 철암 그리고 태백’을 태백시 구와우 고원자생식물원과 철암역 등지에서 열고 있다.

자연과 예술, 지역성과의 조화를 추구한 할아텍의 작가정신은 60만여㎡ 산세에 펼쳐진 노란 해바라기와 함께하는 ‘해바라기축제’와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 구와우 자생식물원의 해바라기 산책길에 설치된 조형작품들은 국내외 거장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자연에 가장 어울리는 형태로 작업한 것. 영국작가 앤디탐슨(Andy Tomson)의 작품 ‘거울’은 관람객 자신과 먼 산의 모습을 번갈아 비추며 자연과 시간, 현실과 환영의 결합을 명상적으로 보여준다. 서용선 작가의 ‘태백을 향해 소리치는 사람’은 자연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근원적 갈망을 은유한다.


허윤희 할아텍 회장은 “자연의 생명력과 기운이 근대화라는 이유로 더는 파괴되지 않길 바라며 지역 주민과 도시인 모두가 자연과 예술로부터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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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역사와 미술이 소통하다=고려 최고의 청자도요지를 갖고 있던 전남 강진의 ‘청자축제’가 38회째인 올해부터 현대미술과 손을 잡았다. 이른바 ‘강진 청자예술 프로젝트’에는 김선두ㆍ이왈종ㆍ배병우ㆍ정현ㆍ고영훈 등 서울에서도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작가들이 50여명 이상 참여했다. 청자박물관 내에는 작가 윤석남이 고려의 청자 운반선을 재현해 그 주변에 뱃길을 따라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형상화 해 고무신 수백 켤레를 가지런히 놓았다. 그 배 작품 뒤에는 도자 운반선과 사공의 모습을 강렬한 색과 붓터치로 담아낸 서용선의 대작이 걸려있다. 인근 시인 영랑 김윤식의 생가에는 김근중의 모란그림과 정종미의 미인도 병풍이 영랑의 초상화와 나란히 자리를 잡았고, 백련사 만경루와 다실에는 유근택과 이종구의 그림이 놓였다.

이부용 큐레이터는 “청자와 동시대미술의 만남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역사와 예술이 교류하는 장이며 강진 전역을 예술공간으로 활용해 지역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말까지며 다음달 광주비엔날레가 시작되면 광주-강진간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영월 ‘동강사진축제’, 안양 ‘공공미술프로젝트’=강원도 영월의 경우 동강국제사진제를 통해 세계적 명성을 쌓고 있다. 2002년부터 9번째인 올해는 ‘말없이 말하다’라는 주제로 22일까지 열린다. 독일 사진작가 11명의 전시, 강용석 개인전, 6ㆍ25 60주년을 되돌아보는 전시 등 8개 주제전이 열린다.

안양을 예술도시로 탈바꿈시키려 기획된 공공예술축제인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는 9월 5일부터 열리는 올해 행사를 시민 참여에 초점을 뒀다. 박경 UC샌디에이고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아, 공공조형물을 도시 곳곳에 설치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작품의 기획부터 완성 전반에 안양시민의 참여를 유도했다. 도시 개발로 사라질 만안 지역을 기록한 ‘2010 만안의 이미지’ 프로젝트, 시민의 불만을 시각화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불평박물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새 동네’ 프로젝트 등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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