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시장 개방 이후 외국광고회사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계 광고회사의 국내 방송광고시장 점유율은 95년에는 10%선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에는 거의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외국광고회사들의 국내 광고회사 흡수합병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근래에는 세계적 광고회사의 하나인 WPP가 국내의 2, 3위 광고회사를 흡수함으로써 국내 광고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한마디로 외국광고회사가 국내 광고시장을 급격히 잠식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먼저 외국광고회사의 국내진출은 우리 광고산업에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고 상호교류를 통해 외국의 선진기법과 함께 축적된 자료와 정보를 얻는 등 우리 광고산업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토종 광고회사의 몰락을 보면서 우리 광고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내 대기업들의 광고산업에 대한 시각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80년대 초반 많은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광고집행을 위해 광고회사를 계열사로 만드는 붐이 일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몇몇 광고회사를 남기고 대기업에 속했던 많은 광고회사가 외국기업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각 기업마다 그 당시의 경영목적과 지금 같이 어려운 경기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광고회사에 합병되는 토종 광고회사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제 대기업들은 수익개념과 구조조정을 앞세워 그들이 20여년동안 쌓아온 귀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접하면서 그동안 우리 광고회사들은 외국에 진출해 현지화하는 노력과 외국광고주 섭외 등의 노력을 통한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기 보다는 오히려 국내에서 손쉬운 국내영업만을 고집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우리 광고회사도 세계화에 걸맞는 국제적 역량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활발히 해외에 진출해 현지에 적응하고 국부를 창출하는 게 오히려 건설적이고 바람직할 때가아닌가 쉽다.
세계화 시대에 수많은 수출상품들이 외국에서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요즘 우리 상품의 모든 마케팅을 외국 광고회사에 의존하고 있어 안타까운 것도 이 때문이다. 광고는 모든 마케팅의 시작인 만큼 현지 광고회사를 이용하면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우리도 그만한 역량쯤은 가지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토종 광고회사들도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 광고회사들처럼 외국에 나가 우리 수출상품들의 마케팅 첨병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양정록(생활산업부 차장) jr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