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상장사들의 자금운용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값싼 자금이 풍부해지면서 본업과 무관한 임대사업을 위해 부동산 투자에 나서거나 그동안 임차해 쓰던 토지 및 건물을 아예 사들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저금리 자금을 활용해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해 매출구조를 개선하고 자가 건물을 확보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투자를 결정할 때는 이 같은 작업이 실적변화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유형자산취득을 공시한 유가·코스닥 상장사는 총 25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개사가 늘어났다. 특히 사옥이전이나 공장부지 확보를 위한 부동산 매입뿐만 아니라 본업과 무관한 수익형 부동산을 사들이는 상장사들도 늘어나 눈길을 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저금리로 인해 자금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상장사들이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전체 매출과 이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단말기와 자동화기기를 제조·판매하는 케이씨티(089150)는 전날 정크리스토퍼영 등 3명으로부터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토지 및 건물 일체(토지 526.3㎡, 건물 1,416.11㎡)를 420억원을 들여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매입가격 420억원은 이 회사 자산총액인 465억원의 90.17%에 달한다. 이 회사가 이번에 부동산을 취득한 이유는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케이씨티 관계자는 "내부자금과 금융기관 차입으로 재원을 조달할 예정"이라며 "부동산 임대를 통한 효율적 자산운용을 위해 부동산을 매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개발을 목적으로 토지를 취득한 업체도 있다. 디씨엠(024090)은 지난 2월6일 130억원 규모의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일대 토지 9,016.7㎡를 부산도시공사로부터 사들인다고 밝혔다. 매입가격 130억원은 이 회사 자산총액 1,616억원의 8.05%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토지 취득 후 부동산 개발을 통해 매출 및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씨엠은 강판 제조 및 판매회사로 앞서 지난 2009년에는 부산 센텀시티 벡스코 앞에 위치한 비영업용 토지에 지하 5층, 지상 37층의 오피스텔을 신축해 분양하기도 했다. 당시 부동산 개발에 따른 세후 이익 급증으로 주가도 뛰어올랐지만 최근 들어 주력 컬러강판 판매 감소와 오피스텔 분양 매출 감소로 지난해 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저금리로 현금조달이 수월해지면서 그동안 임대해 쓰던 건물이나 토지를 아예 사들이는 상장사들도 늘고 있다. 임차료를 내는 것보다 금융권 이자를 내는 것이 더 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익스프레스(014130)는 7일 한화건설로부터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의 물류사업용 부동산을 160억8,000만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한익스프레스 관계자는 "해당 부동산은 임차해 물류창고로 사용해오던 것"이라며 "금융권 차입금리와 임차료를 감안할 때 사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파버나인(177830)도 1월 인천광역시 연수구 갯벌로에 위치한 토지와 건물 일체를 102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의료기기 사업 확대를 위해 기존에 빌려 쓰던 공장을 매입한 것이다. 매입자금은 SC은행으로부터 67억원을 차입하고 자체 자금 35억원으로 충당한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품질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임차 건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의료기 사업의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전용가공설비를 동일 공간 내에 설치할 필요가 있어서 공장을 아예 매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