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에 강한 세계일류기업]제너럴 일렉트릭

호황때 불황대비 1등만 챙긴다"자신의 분야에서 1~2등을 하지 못하거든 당장 빠져나와라." 잭 웰치 회장이 20년 동안 제너럴 일렉트릭(GE)을 경영하면서 직원들에게 머리에 박히도록 심어준 말이다. 그는 이제 한달 후면 구석구석 자신의 손때가 묻은 정든 회사를 떠나지만, GE는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도 불구, 1등 기업으로서의 손색 없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분기에 제너럴 일렉트릭은 39억 달러의 수익을 내, 분기별 수익으로는 GE 역사상 최고의 수익을 냈다. 이는 미국 경기가 한참 달아있던 지난해 2분기에 비해 15%나 성장한 것이다. 한때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으로 1위를 차지했던 시스코 시스템스는 자산 감가상각을 단행하고, 영업부진에 허덕이고 있지만, GE만은 여전히 미국 최고, 최대의 기업을 유지하며 두자리 수의 성장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항공기 엔진ㆍ발전설비등 중공업을 위주로, 가전제품ㆍ항공기 임대업ㆍ상업금융ㆍ의료기기ㆍ플라스틱ㆍ방송ㆍ부동산에 이르기까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는 점에서 한국 굴지의 재벌들과 비슷한 경영구조를 갖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한국의 재벌 기업들은 과도한 부채를 얻어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에 진출, 문어벌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다가, 불경기를 맞아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데 비해 GE는 철저하게 사업성을 평가, 살아 남지 않는 분야를 정리하고, 승산 있는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불황기에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감량화 전략 GE는 미국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을 하면서 올해 사업 전략을 짰다. 기업은 환경 변화를 과학적 분석과 동물적 감각으로 감지하고, 적응 준비를 해야 한다. GE의 불황기 전략은 잭 웰치의 '1등 주의'를 실천함으로써 이뤄졌다. 즉 불황기에도 1등을 할 수 없는 사업, 생존할 가능성이 없는 사업을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 잘라내는 방법을 채택했다. GE는 올들어 세계 최대의 합병이 될 하니웰 인수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불필요한 사업을 잘라내는 일을 과감히 실천했다. 계열사인 GE 캐피털은 소매 판매점인 몽고메리 워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융회사, 자동차 할부금융회사 등을 매각하거나, 폐쇄했다. 그 결과 GE 캐피털의 매출은 지난 2분기에 13% 감소하고, GE 그룹 전체 매출도 3% 줄어들었다. GE의 분기 매출이 감소하기는 87년 이래 처음이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군살을 과감하게 도려냄으로써 GE는 거대 기업임에도 불구, 빠른 동작으로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GE도 미국과 세계 경기 침체의 먹구름 앞에 안전지대만은 아니다. 지난 2분기 사업 실적을 분야별로 들여다보면 가전제품ㆍ생활용품등 경기 사이클이 짧은 사업에서 매출이 6%나 감소했다. 이에 비해 항공기 엔진ㆍ발전 설비등 장기 계약에 의해 추진되는 사업은 무려 22%의 신장을 기록했다. 장기 사이클 분야의 사업 규모가 비교적 크기 때문에 단기 사이클 사업에서 발생하는 결손을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제너럴 일렉트릭도 매출 부진과 재고 누적으로 시달리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올들어 대규모의 감원을 단행했다. 증권정보 인터넷인 CBS 마켓워치에 따르면 GE는 올해 무려 7만5,000명의 정리해고를 단행, 정보기술(IT) 산업은 물론 미국 전체 제조업체중에서 가장 대규모의 감원을 단행했다. GE캐피털의 자회사였던 몽고메리 워드를 폐업하면서 2만,8000명을 감원한 것을 제외하면 GE에서 일어난 감원은 5만명에 이른다.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GE가 흑자를 내면서도 감원을 실시한 것은 비롯 실패로 끝났지만 하니웰사를 인수하기 위해 잉여인력을 정비하고, 차제에 회사를 완전한 디지털 사업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지속적인 인수 및 합병(M&A) 잭 웰치 회장이 GE의 최고경영자(CEO)가 된후 20년 동안 무려 3,000여건의 기업 인수를 성사시켰다. 즉 사업성이 없는 분야는 과감하게 포기하지만, 사업성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사업을 인수, 몸집을 불리는 동시에 이익을 창출해 냈다. 올해 GE가 최고의 목표로 추진해온 하니웰과의 인수가 유럽연합(EU) 공정거래당국의 반대로 수포로 돌아갔지만, 지난 7월에만도 5건의 인수가 이뤄졌다. ▦3차원 초음파 시스템회사인 크레츠테크닉(8,370만 달러) ▦무선 인터넷 시스템 회사인 데이터 크리티컬(6,800만 달러) ▦전동차 애프터서비스회사인 ?텍(2억4,000만 달러) ▦데이터 전송회사인 노텔네트웍스의 복합전송 분야 ▦상업금융회사 헬러 파이낸셜(53억 달러)등이다. 제너럴 일렉트릭이란 회사는 발전설비 부문, 항공기 엔진 부문을 제외하면 작은 중소기업의 연합체라고 할 수 있다. 수천, 수만개의 공장과 회사가 모여 하나의 경영권 아래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GE는 지난 85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10%의 매출 증대를 달성했는데, 이는 기존의 사업 분야에서 판매를 늘린 것도 있지만, 새로운 사업을 인수하거나 진출하면서 기업 규모를 늘렸기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GE는 한해에 평균 100건의 기업 인수 건을 추진, 실행해왔다. 전형적인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기업이지만, 기업 인수에는 1등 주의가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다닌다. GE가 진출한 사업이 세계에서 1등을 하지 않으면 인수한 기업이라도 다시 정리절차를 밟게 된다. GE의 기업 인수는 GE 캐피털을 통해 이뤄진다. 20년 전 조그마한 크레딧 카드회사였던 GE캐피털은 지금 자산 3,700억 달러로 비은행으로 세계 최대의 금융서비스회사로 부상했다. 제너럴 일렉트릭이라고 언제까지나 미국과 세계의 경기침체의 무풍지대일수는 없다. 그러나 이 거대 기업은 조직 내부에서 생존 가능성이 없는 세포와 활발한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날 세포를 분리, 재편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외부의 환경변화를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