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단행된 대통령비서실 개편은 단순히 사람을 바꾼 것보다는 비서실 및 수석간 기능을 바꾸는 성격이 더 짙다.특히 정책기획수석실의 기능이 크게 바뀐다. 그동안 정책기획수석실은 기획업무에 치중했으나 앞으로는 정책조정과 홍보기능을 주로 맡게 된다.
정치인 출신이면서 홍보업무에 밝은 김한길 국민회의 의원이 정책기획수석으로 임명된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또 국정홍보비서관과 행사기획비서관이 정책기획수석실 산하로 새로 들어가게 된 것이나 한 때 검토됐던 정책기획수석실 산하에 있는 기획조정비서관을 비서실장 직속으로 두는 방안이 백지화된 것에서도 앞으로 정책기획수석실이 조정과 홍보업무에 주력할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입안기능은 상당부분 경제수석실 등으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이 정책기획수석을 바꾸기로 결심한 데는 최근의 국민연금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金대통령은 『좋은 정책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고 있다』며 거듭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다. 또 金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규제개혁이 당정간 조율이 잘 안되고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김태동(金泰東) 전정책기획수석은 규제개혁이 제대로 홍보되지 못한 데 대해 金대통령으로부터 상당한 질책을 받았다.
이에 따라 金대통령은 이제는 경제마인드보다는 정치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정책기획수석으로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은 지난 설날때 김한길의원을 청남대로 불러 이같은 의중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현 공보수석실의 기능과 중첩될 가능성이 많고 정무수석실의 기능과도 구분이 모호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박지원(朴智元) 공보수석이 다음 개각때 자리를 옮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으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회복지수석실을 교육문화수석실과 복지노동수석실로 나눈 것은 업무량이 과중한데 따른 것이다. 교육문화수석실에 문화관광비서관과 과학기술비서관이 추가되고, 보건노동수석실에 환경비서관이 보강돼 앞으로 이 부문에 대한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노동복지수석에 교수출신을 내정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역대 수석비서관 가운데 교수출신이 성공한 예가 별로 없고 특히 노동분야가 머리보다는 인간관계나 몸으로 부딪치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번 대통령비서실 직제 개편과 새로운 인선은 金대통령이 앞으로 국정수행을 청와대 중심으로 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행정부의 기능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金대통령이 비서실과 내각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여하튼 비서실 기능축소라는 당초 공약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부는 오는 9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으로 돼있는 「대통령비서실직제」개편안을 통과시킨뒤 수석비서관을 정식으로 임명하고 비서실내 조직개편도 단행할 예정이다. 【김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