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유·경영 분리」 가속 예고/김대중 당선자 재벌정책 방향

◎“사슬·비호 동시에 풀겠다” 천명/차입경영·과잉투자관행엔 “메스”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 주요 재벌간에 희비가 엇갈리면서 주가에도 파장이 뚜렷해지고 있다. 김당선자는 지역이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차별없는 통치」를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선뜻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금까지 정권의 향배에 따라 부침과 우여곡절을 겪은 재벌들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DJ의 재벌정책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김대통령당선자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공정경쟁을 전제로 한 시장경제원리를 경제정책의 기본원칙으로 삼고 재계에 대한 「사슬」과 「비호」를 동시에 풀겠다고 말했다. 김당선자가 재벌을 보는 시각은 애증이 교차돼 있으나 부정적인 측면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는 대선공약을 통해 재벌기업의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고 지배주주를 견제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다만 추진방식은 보다 간접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 확실하다. 인위적인 재벌해체 자체가 시장경제 원리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우선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김당선자는 경제공약을 통해 이사회와 주총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투명경영을 실현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사외이사제, 외부감사 의무화 등으로 재벌총수들의 독단 경영을 견제하는 한편 소유분산을 유도하고 상속·증여세의 엄정 과세로 부의 불법적인 세습 등을 막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정책들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도 요구한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김당선자는 기업들의 진입과 퇴출을 자율적인 시장기능에 맡기는 쪽으로 유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IMF체제하에서 대기업의 차입경영에 의한 과잉·중복투자가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적절히 조화하기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을 유도하는 것이 상책이다. 따라서 자동차·철강 등 과잉투자가 우려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짝짓기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당선자의 경우 외국기업의 국내 진입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대신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육성 의지는 남다르다. 따라서 재벌들은 앞으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거대기업에서 효율을 발휘하기 어려운 사업부문을 분할할 수 있도록 기업분할제를 도입하는 방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중첩지대를 「중간기업」으로 새로 설정해 지원함으로써 경제의 저변을 튼튼히 한다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개별 재벌기업에 대한 김당선자의 호·불호는 뚜렷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이것이 정책에까지 연결될지는 예단키 어렵다. 다만 그가 「차별없는 사회」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만큼 재벌입장에선 이 원칙이 실현되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피해를 받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김당선자의 주장은 재벌그룹 모두에 긴장감을 던져주고 있는 만큼 고답적인 방식의 재벌 편가르기가 사라질 법도 하다. 대통령과 재벌그룹의 친밀관계에 따라 재계판도가 오락가락한 과거의 현상은 정경유착의 표본이며 우리 경제의 후진성을 드러낸 것인 만큼 앞으로 절대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편 향후 경제정책 운영방향에서 박태준 자민련 총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는 관측도 만만찮아 그의 영향력이 어떻게 구체화할지도 큰 관심거리다.<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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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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