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장사 잘된다'고 말하는 상인이 없듯이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실제와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도 최근의 각종 지표를 보면 괴리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추세도 좋지 않다. 더욱이 반도체와 휴대폰을 제외하면 제조업 생산과 출하가 실질적인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도 특정 기업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제외하고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바닥을 보였던 기업경기실사지수가 정권 초기인 지난 3월까지 급상승하다 크게 꺾인 뒤 낙폭을 더하고 있는 추세가 무엇을 말하는지 살펴보라. 추세 그래프는 새 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유지되기는커녕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준다.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 불신은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경제는 심리다. 조건이 동일하다면 경제주체들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합쳐져 운동성을 갖게 될 때, 투입되는 자금과 노동 등 생산요소 이상의 결실을 내는 게 우리가 걸어온 한국 경제의 궤적이다. 기업이 정책을 믿지 못하고 냉소하는 환경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묘안을 짜낸들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다.
희망대로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가 살아나는 '상저하고' 현상을 위해 재정투입보다 시급한 것은 기업인들의 사기진작과 정부에 대한 믿음의 회복이다. 미래를 밝게 본다면 말려도 투자에 나서는 게 기업의 생리다.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은 일관적인 정책의지를 밝히고 지원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만이 안갯속인 우리 경제의 앞날을 밝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