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CEO는 독단을 벗어 던져라

논쟁의 초점은 조직의 중대한 의사결정이 한 사람의 의지에 따라 내려져 결국 조직운영의 방향이 독단적으로 된다는 데 있다. 밑에 있는 참모들은 자기들의 솔직한 의견을 내놓기보다는 총수의 생각이 어떤 방향으로 가기를 원하는가를 알아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총수를 포함한 여러 참모들의 진정한 토론을 통한 경영의사 결정이 내려지기보다는 원래 총수가 생각했던 쪽으로 각색돼 결론이 내려지기 일쑤다.총수 혼자 결정을 내린다고 해서 항상 잘못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의 중지를 모아 내려지는 결정보다 좋을 수는 없다. 총수가 됐든, 전문경영자 출신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든지간에 기업을 이끌고 나가는 사람은 독단에 빠져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몇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각색되지 않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있는지, 또한 시장에서의 변화를 직접 느낄 수 있는 통로를 가지고 있는지를 늘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 접점에서 일하고 있는 종업원들과 계속적으로 대화를 유지해야 하고 주요고객들과의 의사소통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종업원들이나 고객들의 의견을 청취함에 있어 CEO가 스스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조직의 문제점이나 고객의 불만은 침묵하는 종업원들이나 고객에 의해 수면하에 머무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무능하고 독단적인 경영자가 되지 않으려면 아주 적극적으로 이들에게 파고들어야 한다. 우리 기업문화 속의 CEO란 인(人)의 장막 속에 가려져 있고 대접받는 데만 익숙해 있어 현실을 모르는 사례가 허다하다. 어떤 재벌총수는 갑자기 해외출장을 가게 되자 여비서에게 1만원을 주면서 와이셔츠 두 장만 빨리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그것도 1만원이면 상당히 넉넉한 금액인 것처럼 생각하는 듯한 눈치였다니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경우다. 둘째, 기업에 관한 좋지 않은 보고가 수시로 올라오고 있는지를 늘 주시해야 한다. 회사가 아무리 잘나가고 있더라도 기업에는 항상 좋은 일만 생기는 게 아니다. 잘못되는 구석이 어디엔가는 존재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CEO에게 항상 좋은 소식만 들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소식이 보고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조금씩 곪아가고 있는 조직이다. 경험으로 알 수 있듯이 밑에서 보고하는 이들의 속성은 자기에게 유리한 사항만, 또는 상사가 듣기 좋아할 내용만 보고하려는 경향이 있다. 누군들 자기가 책임추궁을 당할 사항이나 상사가 눈살을 찌푸릴 내용을 보고하고 싶겠는가. 따라서 아랫사람들에게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점들을 총수 앞에서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게끔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셋째, 너무 사소한 일에까지 간섭하는 총수는 곤란하다. 소심하다는 것은 그보다 더 중요하고 큰 것을 생각할 시간을 스스로 빼앗기고 있다는 증거다. 총수는 비젼과 전략에 골몰해야 한다. 권한위양이라는 말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 기업이든 정부든 CEO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그들이 독단에 빠지면 조직 전체가 잘못되기 쉽다. 권한을 하부에 과감히 위양하고 대신 현장의 소리, 특히 듣기 싫은 소리에 귀기울이는 총수가 돼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