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럽 은행 자금난, 美 금융계 옮겨 붙을수도"

SNB-FRB 통화스왑으로 자금부담 커져<br>BoA·시티 등 주요은행 주가 2~3% 하락<br>美·유럽 기업들 유동성 조달에도 빨간불


유럽발 신용경색 위기가 확산되면서 미국의 은행들도 유럽은행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높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나라 경제의 체력이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발 금융위기마저 닥칠 경우 이에 고스란히 노출된 미국 금융계가 이를 견뎌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은행간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부실기업들의 경우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는바람에 유동성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금융권에 유럽 리스크가 어른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18일 스위스중앙은행(SNB)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을 책정했다고 발표한 이후부터다. FRB와 SNB는 원래 통화스왑라인을 만들어두고 있었지만 실제로 스위스가 자금을 직접 조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유럽 은행의 자금난을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할 처지가 아니게 된 셈이다. FRB가 유동성이 부족한 나라에 달러를 공급하면 해당국 중앙은행은 이를 다시 시중은행에 빌려준다. WSJ은 "이번 통화스왑계약에 1.08%의 금리가 붙었다"며 "통상 이 정도의 대출은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유럽 은행은 달러를 조달할 때 점차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내 유럽계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한 이후 유럽으로 송금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FRB가 미국 내 유럽은행들에게 자금 운영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 같은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 주요 은행의 주가는 이미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시티그룹의 주가는 이달 들어 각각 2~3% 이상 떨어졌고 유럽 일부 은행은 19일 하루에만 최고 14%까지 급락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대럴 더피 교수는 "유럽은행은 규모와 관계 없이 달러 유동성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의 금융시장이 급속하게 얼어 붙으면서 각 기업들의 유동성 조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경제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는 상황에서 은행들 마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지경으로 치달으면서 고위험 회사채에서 서둘러 발을 빼는 투자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기업의 '정크 등급' 회사채 수익률은 19일 10.1%를 기록해 올들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류 시츠 유럽신용전략본부장은 "각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은 유럽 경제 여건및 은행 건전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기업들의 부채 문제도 점차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현재는 경영사정이 괜찮은 기업일지라도 앞으로는 경영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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