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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장관이 최근 크루즈산업 육성을 위해 선상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외국인 전용을 전제로 선상카지노를 허용하는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론이 있는 반면, 사행심을 부추기고 강원랜드 카지노 운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강원도 국회의원들은 반대할 가능성이 높지만 제주·부산 같이 크루즈업 활성화로 이득을 보는 지역 의원들은 찬성할 수도 있다. 찬반 양론을 게재한다.
● 찬성-김의근 제주국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크루즈 국적선사 육성 위해 반드시 필요
인원·시간 제한적… 중독자 양산은 기우
최근 아시아 지역 크루즈산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에 현재의 3배가 넘는 700만명의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외국 국적의 대형 크루즈 선박들이 공격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투입되고 있으며 중국은 지난 3년간 3개 크루즈선사를 발족시켰다. 국내에서도 크루즈산업 육성전략 마련과 크루즈법 제정 등 후발주자로서 경쟁에 뒤지지 않도록 시책이 추진 중이며 국적 크루즈선사의 육성은 핵심사안 중 하나이다.
국적선사의 육성은 경제적 효과만이 아니라 국내 크루즈산업 기반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즉 내수에 기반을 둔 크루즈산업 육성 없이 외국적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만 의존하는 것은 반쪽짜리 산업 육성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대량 취소 등 취약한 산업구조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크루즈산업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큰 장치산업으로서 국적선사를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여건 조성과 국가적 차원의 육성 및 보호전략이 동반돼야 한다. 중국이 자국선사 육성을 위해 국내에서는 불법인 카지노를 선상에서 허용하고 외국선사들의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모객은 물론 크루즈 운항노선을 제한함으로써 국적선사에 상대적인 이점을 주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국내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가 있다. 바로 국적 크루즈 선상카지노에 내국인 관광객 출입 허용을 추진하겠다는 해양수산부 장관의 발언이다. 강원도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고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필자는 묻고 싶다. 과연 정원 2,000명 수준의 국적 크루즈선 내에 설치된 카지노가 연간 300만명 이상 방문하고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창출하는 강원랜드의 경영성과 하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연간 10만여명 수준의 내국인 크루즈 관광객 수요가 우리나라를 도박중독 국가로 만드는 데 얼마나 기여할까.
다년간에 걸친 크루즈 연구와 다양한 크루즈 승선 경험을 가진 필자로서는 상당한 논리적 비약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선상 카지노에 대한 정보 부족이 초래한 오해로 여겨진다. 크루즈 선상카지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보통 180만~400만원가량의 여행경비를 지불해야 하고 영업 또한 크루즈가 바다(공해상)를 이동하는 한정된 시간에만 허용되며 카지노의 규모는 300㎡ 이하로, 선상카지노는 크루즈선 내 많은 오락시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소액의 입장료(7,500원가량)만 내고 거의 무제한 시간 동안 카지노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강원랜드 같은 대규모 육상카지노(평균 3,000㎡)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설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최근 복합리조트 건설 붐 속에서 육상 지역 내 제2의 내국인 카지노 건설을 막으려는 강원도와 시민단체의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필자 또한 카지노를 포함한 대규모 복합리조트가 무차별적으로 국내 도입되는 것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복합리조트와 맞물려 국적선사의 육성에 관한 논점이 흐려지는 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국내 크루즈산업이 육성되고 국적 크루즈선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부탁하는 바이다.
● 반대-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
'카지노가 산업 경쟁력 제고' 단언 못해
접근성 높아지면 도박중독 위험 불보듯
해양수산부가 기획하는 크루즈산업의 기반육성과 국적 크루즈선사의 출범은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범국민적 바람이다. 그러나 크루즈선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선상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와 '선상카지노는 도박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에는 반론이 많다.
우선 최초의 크루즈 국적선 클럽하모니호의 폐업 이유가 '선상카지노가 없어서 외국 크루즈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에는 재해석이 필요하다. 하모니호의 경영진에 따르면 카지노는 중국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마케팅 수단일 뿐, 정작 크루즈선 설립과 운영의 걸림돌은 다양한 시설에 대한 수많은 규제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크루즈선사들은 고객유치를 위해 관광목적지의 독특성,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의 다양성, 기항지 투어프로그램의 차별성, 운항경험과 안전성 등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의 크루즈를 운영하는 카니발사의 한국 대표에 따르면 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휴식과 가치'로 규정된다. 덧붙여서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는 "크루즈관광의 성공은 지역 경제와 연관된 수익구조의 다변화와 대형 고급 크루즈와 차별된 시장개척에 달렸음"이 주장됐는데 그럼에도 "카지노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부풀려짐은 오히려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암초"라는 지적이다. 또 크루즈 내 카지노의 도박중독 문제는 해수부의 판단처럼 간단치가 않다. 무엇보다도 출입이 자유로운 강원랜드 카지노의 고객 이용시간이 7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망망대해의 선상에 갇혀서 특정 게임에 몰입하는 5∼6시간이 결코 짧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사행산업이용실태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도박중독자의 70%가 1,000원 단위로 판매되는 복권 중독자들이다. 그러므로 '크루즈 운항 5일 동안 관광객 1인당 카지노지출 비용이 8만∼9만원에 불과해 사행성 우려가 높지 않다'는 해수부 연구결과는 도박중독의 실상을 간과한 분석이다. 더욱이 선상카지노에 주로 설치된 슬롯머신 이용객이 병적도박중독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은 도박중독이 시간이나 금액보다 접근이나 경험의 문제임을 입증한다.
특히 선상카지노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도박을 해보지 않은 이들이 카지노의 새로움에 반해서 일시적으로 도박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습도박자들은 카지노 이외의 선상 대안 활동으로도 장외도박을 갈망하면서 다른 카지노에 대한 방문 욕구를 강하게 드러낸다. 이는 선상카지노가 도박경험 유무를 떠나 도박중독 발병 및 유병의 중대한 영향인자임을 암시하는 증거다. 게다가 외국은 사행산업에 참여하는 이유가 주로 '즐기기 위해서'인데 반해 우리는 '돈을 따기 위해서'가 주축을 이루지 않는가. 국민의 64%가량이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염려하는 이유도 국민의 도박성향과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78조원을 넘어서는 데 기인한다. 따라서 크루즈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이미 허용된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통해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도박중독 예방 시스템과 공익적 운영체제를 갖춤으로써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