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위기에서 빛난 한동우·김정태의 힘

'섬세함''뚝심'… 그들의 리더십이 소용돌이 막았다

한동우 서진원 행장 와병에도 아낌없는 신뢰… 분란의 싹 제거

"부산銀에 역전될 판" 경각심 높여 통합 논리 재점화 김정태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연합뉴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연합뉴스

지난해 금융계를 뒤흔들었던 'KB 사태'는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부재가 금융회사에 얼마나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애초에 지주 회장의 강한 리더십이 있었다면 일어날 수도 없었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사건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나란히 위기를 맞은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돌발 위기 상황에서 이들 두 지주 회장이 보여주는 경영 행태는 색깔은 달라도 노련하고 안정적이었다.

신한과 하나의 탄탄한 지배구조가 다시 한번 검증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동우, '부드러움과 디테일'로 행장 유고 후폭풍 막아=그룹의 2인자이자 자타 공인 회장 후계자였던 서진원 행장의 와병은 한 회장과 신한의 구도를 송두리째 흔들 요인이었다. 지난 2010년 '신한 사태'의 그림자가 100% 씻겼다고 보기 힘든 상황에서 서 행장의 와병은 꺼진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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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회장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노련함으로 상황을 넘기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인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행장에 대한 신뢰를 아낌없이 나타내면서 "보다 큰일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서진원 카드'가 여전히 유효함을 각인시키며 내부 잠룡들의 섣부른 행보를 차단, 분란의 싹을 완벽하게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흡사 정치인의 노련한 '수사(修辭)'를 보는 듯했다"며 "한 회장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듯하지만 복선이 깔린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한 회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안정된 경영 스타일이라면 오는 24일 차기 행장을 선출하는 자회사경영발전위원회에서도 업무 능력에 중점을 둔 '관리형 행장'이 뽑힐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계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임기가 2년이나 남은 한 회장이 후계 논란을 촉발시키지 않고 노련하게 판을 주도하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카드를 통해 내부 후계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되는데 계열사 CEO 인사 전체를 요동치게 하는 회오리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뚝심의 승부 기질로 조기 통합 불발 위기 돌파=하나·외환 통합 중지라는 암초를 만난 김정태 회장 역시 특유의 뚝심 있는 리더십으로 돌발 상황을 넘어서고 있다. 그간의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기지를 발휘해왔다. 변방(하나대투증권 사장)으로 밀려났다가 다시 은행으로 돌아왔고 김종열 전 사장과의 행장 대결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행장으로 취임했다. 이번에도 '읍참마속(泣斬馬謖)' 행보로 통합 중지에 책임이 있는 임원들을 바로 정리하고 하나은행장을 속전속결로 선출하면서 내부 경쟁을 다시 촉발시켰다. 10일에는 "이대로 가다가는 외환은행 실적이 곧 부산은행에 역전될 판"이라는 강경한 발언을 통해 상처 입은 통합 논리를 재점화했다.

김 회장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하나·외환 통합은행장 구도가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고 임원들의 통합 작업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특히 김 회장이 하나은행장을 서둘러 선임, 사라진 듯했던 하나은행 출신(김병호 행장)의 통합은행장 선출 가능성을 살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는 통합은행장으로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유력했다. 결과적으로 자행 출신 통합은행장 가능성을 낮춘 셈이라 외환은행 노조가 느끼는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하나은행장 선출 과정을 발 빠르게 진행하면서 하나금융 내부에서 김승유 전 회장의 '수렴청정' 그림자가 남아있다는 논란을 불식시킨 것도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위기 돌파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한 회장은 차기 행장 선출과 그룹의 후계구도를 두고 재일교포 등 주요 주주들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리해야 하고 김 회장 또한 주도권을 뺏긴 통합 이슈를 다시 가져올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두 회장의 리더십이 공고하게 남아있는 한 KB처럼 그룹 내부가 뒤흔들릴 일은 없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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