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무서운 인터넷

김문섭 기자<정보산업부>

최근 정보통신부 주최 ‘청소년 유해정보 신고대회’에 접수된 각양각색의 유해 정보들은 큰 충격을 던져줬다. “인터넷 오염이 어제오늘의 문제냐”며 새삼스레 호들갑을 떤다고 나무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사회의 온갖 병폐들이 인터넷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시간ㆍ장소의 제약을 받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욱 자유롭게 활개치고 있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 기껏해야 자살 사이트 몇 군데일 것으로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마약ㆍ최음제ㆍ독극물이 너무나 쉽게 거래되고 권총ㆍ사제폭탄ㆍ살상무기도 널려 있었다. 사회제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ㆍ여권ㆍ인감증명서 등은 인터넷 위조범들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각종 졸업장과 토익ㆍ토플 등 공인 성적증명서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 이런 인터넷 범죄들 앞에서 음란물 정도는 ‘아이들 장난’으로 보일 정도다. 수사 당국이 단속을 강화해도 익명성 뒤에 숨어 출몰하는 범죄꾼들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최소한의 자취를 남기고 다닌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의 범죄 수사보다는 추적이 수월한 것도 사실이다. 신고대회에 참가한 한 중년 네티즌은 열흘간 수백건의 유해 정보를 찾아내 신고했다. ‘아마추어 수사관’보다 전문 수사관들이 뒤진다면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 대형 포털 사이트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범죄자들의 주무대는 네티즌의 왕래가 잦은 포털 사이트의 카페ㆍ커뮤니티였다. 포털 사이트들이 단속 인력의 한계를 주장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네티즌을 이용해 큰 돈을 벌고 있다면 네티즌 보호장치 마련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정보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는 ‘유비쿼터스’시대를 맞고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도 크다는 뜻이다. 일반인이 오프라인 범죄에 접근하려면 큰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너무나 쉽다. 인터넷은 사이버 가상현실이 아니라 현실세계의 연장이다. 유비쿼터스시대의 역기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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