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올드보이' 황우석


고전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은 머리털을 뽑아 수많은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내 혼란에 빠진 적과 싸우곤 한다. 소설 '멋진 신세계'나 '복제인간', 영화 '아일랜드' 등에서는 복제인간이 나온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소설·영화 속의 복제 방식도 진화를 거듭한다. 복제인간의 정체성 역시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권력층이나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용병 등에서 인간에게 치료용 장기와 신체부위를 제공할 '소모부품용'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 등은 1997년 복제양 돌리를, 이듬해에는 사람 유전자를 가진 복제양 폴리를 탄생시켰다. 복제 동물에서 환자 치료에 쓸 값비싼 단백질 의약품을 얻기 위해서다. 대장균이나 동물세포주를 이용해 치료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일은 이미 흔한 일이 됐다. 하지만 동물을 활용해 인체조직이나 심장 등 장기를 생산하려는 연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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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허청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팀의 '1번 인간 배아줄기세포(NT-1)'에 물질 및 제조방법과 관련한 특허를 내줬다. 출원 7년 만인데 어부지리를 본 측면이 강하다. 국제학술지 논문조작 여파로 진실성을 의심하는 특허청의 재현 요구를 지난해 미국 연구팀이 대신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사람의 난자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윤리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다 신뢰를 잃은 황 박사에게 우리 정부가 임상연구 허가를 내줄지도 미지수다.

△황 박사에게 더 큰 걸림돌은 사업성마저 떨어진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적인 연구자들은 성체줄기세포를 모든 기관·조직으로 분화하거나 태아가 될 수 있는 만능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키는 원천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가 대표적이다. 일본과 스페인도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생명윤리 논쟁에서 자유로워 전망도 밝다. 우리 정부도 이 분야의 원천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드보이' 황 박사의 기술은 동물복제용으로 끝날 것인가. /임웅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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