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매수주체 없고 거래량 감소 주가 당분간 기간조정 국면

주식시장이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 한달 이상 570~630포인트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악재도 부각되지 않아 전적으로 수급에 의해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600선 밑에서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던 개인들은 거래소보다는 코스닥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고 기관은 프로그램 매매에만 의존하고 있다. 외국인도 매도우위의 관망세다. 22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5.19포인트 빠진 595.38포인트에 마감, 다시 6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의 선물매도에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의 분식회계 조사유예 반대의사 표명, 경제성장률 추가 하향조정 발언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매수주체가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어 기간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600~630포인트 대는 최근 1년간 거래량이 집중된 매물대로 이를 뚫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진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좁은 박스권 장세 더 이어질 듯=전문가들은 모멘텀 부재 및 수급악화를 조정장세의 주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형렬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시장상황은 지수를 아래로 끌어내릴 악재도, 위로 치고 올라가게 할 호재도 없는 상황”이라며 “상승 모멘텀이 나타날 때까지 기간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경기의 회복신호가 나타날 때까지는 650선 돌파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도 “하이닉스 거래량을 제외한 지수대별 매물대를 보면 600~630포인트 밴드는 가장 매물 부담이 큰 지수대로, 이 지수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매수주체가 부각되고 거래량도 회복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미국시장이 이틀째 혼조세를 보이는 등 단기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미국발 모멘텀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거래량의 회복도 완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지수 반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의 키를 쥔 외국인의 관망세 부담=외국인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수급개선의 가장 큰 부담이다. 외국인들은 현물시장에서 이 달 중순이후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과 19일 각각 494억원, 17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20일과 21일에는 492억원, 135억원을 순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도 현물시장에서 310억원을 순매도했다. 더구나 전체 매매 중 절반 가량은 현ㆍ선물 차익거래에 치중하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이승국 BNP파리바페레그린증권 서울지점 대표는 “최근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을 박스권 안에 갇혀 있는 재미없는(boring)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과거보다 매매의 규모를 크게 줄인데다가 이중 40~50%는 프로그램 매매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좁은 박스권 염두에 둔 탄력적인 대응필요=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좁은 박스권 장세에서는 지수의 상승흐름을 기대하기 보다는 개별종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투자 주체들이 시장전망을 불확실하다고 보고 제한적인 매매에 임하고 있는 만큼 개별 종목 중심으로 시세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인터넷주와 내수 소비재는 여전히 투자 메리트가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호재와 악재가 혼재된 상황에서 지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실적이 뒷받침 되는 종목 중심으로 압축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지금 시장 상황은 지난 2001년 500~630포인트의 박스권 흐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당시 내수우량주나 가치주, 즉 태평양ㆍ롯데제과ㆍ롯데칠성 등이 큰 시세를 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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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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