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원단인 고어텍스를 들여와 옷 만드는 코오롱은 외국기업?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수입 원료를 사다 쓰면 다 외국회사’라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어 중소업계를 어이없게 만들고 있다.
★관련기사 11월 29일자 16면 참조
3일 업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브리지스톤 벤닥으로부터 타이어 트레드를 공급받는 국내 4개 업체의 생산량이 2010년 5.5%, 2011년 7.5%, 2012년 11%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적합업종 때문에 외국기업이 재생타이어 시장을 잠식하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생타이어의 핵심 원료인 트레드가 외국산이므로 국내 중소업체가 생산한 완제품 역시 외국 제품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상호 전경련 산업정책팀장은 “재생타이어의 트레드는 핵심원료로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상표도 생산업체들이 자기 상호 이외에 벤닥 마크를 부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벤닥의 원료를 공급받아 직접 재생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는 태영TRT는 완제품에 자사 상호를 쓰고 있는 데다 벤닥은 트레드에만 찍혀 있어 외국계과 전혀 무관하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트레드에 길이 5cm정도 벤닥 마크가 찍혀 있지만 눈으로 보기도 어렵고 생산자 표시일 뿐”이라며 “타이어 사이드에 우리 회사 마크가 크게 들어가고, 벤닥 스티커도 제공되지만 스티커는 붙여도 그만 안 붙여도 그만으로 벤닥을 광고해 줄 목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도 아니고 법적으로 벤닥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우리가 주문하면 (브리지스톤은) 그 물량만큼만 공급해주는 수입대행 역할만 해준다”고 설명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도 “거의 모든 회사들이 외국 원료와 부품을 들여와 제품을 만드는데, 그렇게 따지면 외국산이 아닌 게 뭐가 있느냐”며 “원료를 들여오더라도 국내 생산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에 이바지한다면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수입 원료로 완제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이를 외국기업 제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얘기다.
중소업계는 전경련의 주장은 ‘브랜드와 제조사를 불문하고 고어텍스 마크가 찍힌 아웃도어 의류는 모두 미국산’이라 하는 것과 같다고 보고 있다. 이와관련, 아웃도어 제품 전문기업인 코오롱 관계자는 “고어텍스 점퍼는 고어텍스 비중이 상당히 크고, 국내 의류 중에 수입원단을 안쓰는 의류가 몇개나 될지 모르겠다”며 “수입 원단을 썼다 해서 이를 외산이라 하는 것은 말도 안되고, 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 제품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코오롱이 만든 고어텍스 점퍼는 외국산이 아니다”면서도 “ 핵심원료를 제공했고, 벤닥 마크도 붙어 있고 기술 자문도 해줘 생산업체들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지만 브리지스톤과 연관이 있어 외국기업으로 볼 수 있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경련의 논리대로라면 국내 대부분 산업이 외국에서 원료를 수입하거나 반제품을 들여와 완제품을 만들고 있어 재생타이어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외국계 잠식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외 모든 기업들이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갖춘 원료와 자재를 공급받기 위해 글로벌기업들과 거래를 확대하는 마당에 전경련은 중기 적합업종 규제를 문제삼기 위해 억지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는 게 중소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아울러 태영TRT 등 4개 업체가 벤닥의 프랜차이즈로 운영되고 있다는 전경련의 주장은 거짓으로 확인됐다. 전경련은 금호타이어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했을 뿐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4개 중소업체들은 “벤닥의 트레드를 우리에게만 공급해달라는 조건을 내걸고 맺은 계약으로 수수료 등 본사에 지급되는 돈은 물론 매출 간섭 등도 일체 없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