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가 "후계자 찾습니다"

금융규제 강화·출구전략 등 경영환경 급변으로 양성 비상

블랙록 대대적 임원진 개편… 핑크 회장 후계구도 첫 마련

월가가 정부 금융규제 강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출구전략 등으로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후계자 양성에 비상에 걸렸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록 이사회는 이날 발송한 내부 e메일에서 오는 6월부터 찰스 할락(49)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로버트 카피토(57) 사장과 함께 경영개편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대대적인 임원진 개편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두 사람은 블랙록 창업자인 로런스 핑크(61)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앞으로 신진세대의 경영능력을 평가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기적으로 핑크 회장의 후계구도를 마련하기 위한 첫번째 작업"이라고 전했다. 이번 개편에서 로버트 골드스타인(40) 글로벌 기관투자책임자는 차기 COO로 지명된다. 또 리처드 쿠셀 부 COO는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승진하고 마크 매컴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뉴욕의 글로벌 기관고객업무 총괄로 이동하는 등 차세대 임원진을 대거 발탁했다. 다만 핑크 회장은 앞으로 수년간 회사에 남을 예정이다. 또 카피토 사장은 여전히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이번 조직개편은 뮤추얼펀드 업계에서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는 미국 주식투자 부문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전격적인 후계자 양성계획 발표는 최근 JP모건과 핌코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마이클 카바나 JP모건 투자은행 부문 공동대표의 경우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칼라일로 자리를 옮겨 월가에 충격을 줬다. 카바나는 제이미 다이먼 회장의 오른팔이자 유력 후계자로 꼽힌 인물인데다 월가 대형은행의 거물이 사모펀드행을 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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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나는 금융위기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규제대응이나 잦은 금융사고 뒤처리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껴왔다는 게 뉴욕타임스(NYT)의 설명이다. 반면 사모펀드는 은행보다 규제가 적은데다 고액의 스카우트 제의도 뿌리치게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 투자가서비스의 피터 네르비 애널리스트는 "현재 투자은행은 믿기 힘들 정도의 변화와 경쟁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전 CEO가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와의 불화 끝에 물러난 데도 경영환경 변화가 한몫을 했다. 두 사람은 2년 전 그로스가 NYT와의 인터뷰에서 "엘에리언이 내 후계자"라고 밝힐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연준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뒤에도 그로스가 채권투자를 고집하고 수익률은 죽을 쑤면서 갈등이 본격화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경우 후계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준비했지만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83) 회장의 그림자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이미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는 버핏 후계자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후계자로는 버핏이 직접 영입한 테드 웨슬리(52)와 토드 콤스(42)가 꼽힌다.

이들은 지난해 전체 자산의 13.4%를 운용해 무려 44.3%의 수익률을 올렸다. 버핏도 "나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며 칭찬했을 정도다. 하지만 버핏이 은퇴하며 후계자를 공개하는 순간 투자가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게 외신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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