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배당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배당주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말부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지면서 대기업들이 상속을 위해 배당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후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배당 확대 정책이 불붙은 배당주 투자 열풍에 기름을 부으면서 배당주 펀드도 덩달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 부총리가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지난달에만 국내 39개 배당주펀드에 2,208억원이 유입됐다. 연초 후로는 3,016억원이 몰렸다. 특히 상반기 잇따른 환매로 연초 후 국내주식형펀드에서 3조 4,000억원 넘게 빠져나간 점과 대조적이다. '신영밸류고배당(주식)C형'에 2,196억원이 몰렸고 '베어링고배당(주식)ClassA(340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주식)종류A(284억원)'에는 각각 300억원 내외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배당주식형펀드의 수익률도 우수하다. 연초 이후 수익률(16일 기준)은 7.44%로 국내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0.43%)을 크게 웃돌고 있다. 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월초 이후 수익률은 어느덧 2.32%에 달한다. 이달 10일 기준 월초 후 수익률이 0.70%였던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도 채 안 돼 수익률이 1.5%포인트 이상 오른 셈이다.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주식)종류A(20.25%)'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자 1(주식)종류C 1(12.58%)' '한국투자셀렉트배당 1(주식)(A)(12.46%)' '신영퇴직연금배당주식자(주식)C형(12.09%)' 등이 연초 이후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식혼합형 펀드 가운데 배당주와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배당프리미엄시리즈가 눈에 띈다.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자(주혼-파생)종류A'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84%다. 이 펀드는 주식에 70%, 채권 및 유동성에 30%가량 투자한다. 이에 더해 현재 수준보다 높은 가격에 콜옵션을 매도하는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미래에셋운용은 이날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펀드의 공·사모 총설정액이 7,351억원을 기록해 7,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배당주펀드는 아니지만 배당 수준이 높은 우선주에 투자하는 펀드 역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신영밸류우선주자(주식)종류A'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3.50%로 국내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상품에는 연초 이후 189억원이 몰렸다.
이처럼 배당주펀드가 인기를 끄는 것은 현재 국내 기업들의 배당수준이 낮아 개선 여지가 큰 데다 최근 정책 모멘텀(기대요인)까지 나타나기 때문이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배당수준은 1%대 초반으로 2~3%대에 달하는 해외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낮은 배당률이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되는 만큼 배당이 높아질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이어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 내각이 최근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까지 주겠다고 공언한 만큼 정책적인 뒷받침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성숙도가 높아진 점도 이유로 꼽힌다. 최근 롱쇼트펀드 이후 대표 상품이 없고 가치주 펀드 쏠림이 심한 상황에서 배당주에 투자하는 동시에 다양한 전략을 추구하는 상품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부문 사장은 "투자문화가 성숙해지면서 생소한 개념인 멀티에셋전략을 활용한 배당주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배당주펀드에 대규모 자금이 몰렸지만 계절적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배당주 펀드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보고 있다. 장 연구원은 "최근 정부가 사내유보금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연말 배당 이벤트 기대감이 높다"며 "하반기에 공모주 펀드는 정책 효과를 등에 업고 추가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여전히 유망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당주 펀드 투자시 배당락은 투자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리락이란 신주 배정이나 배당이 이뤄져 권리가 없어진 주식을 말하는데 배당주의 경우에는 배당락이라고 불린다. 배당 이후에는 보통 배당 및 신주배정 권리를 갖는 권리부 시세와 비교해 조정된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배당락의 경우 이를 반영해 운용사에서 펀드 기준가를 조정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며 "배당을 많이 한다면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낼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권리락보다는 배당주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