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숫자놀음 분식회계 찰스 W.멀포드 외 지음/국일증권경제연구소 펴냄
최근 터진 SK그룹의 분식회계 사건과 최태원 회장의 구속 수감은 우리 기업들이 아직도 회사경영에 따른 회계장부 조작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지금도 한화 등 주요 그룹에 대한 당국의 실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분식회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곤욕을 치를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35%, 상장기업의 20%가 분식회계를 통한 이익 부풀리기, 비용감추기, 자금이동 누락시키기 등의 분식회계를 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단지 수치상의 결과일 뿐, 사실상 거의 모든 기업이 분식회계를 하고 있다 고 주장하는 회계사들도 있다.
분식회계란 기업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등을 크게 부풀려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속임수다. 분식회계의 효과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여 주가를 끌어 올리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대출심사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세금을 줄이거나 아예 안 내는데 이용될 수도 있고, 오너나 회사 관계자들의 불법적인 자금 전용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2001년 10월 엔론사 도산으로 불거진 회계불투명과 분식회계 문제는 순식간에 월드컴, 머크사 등으로 번지더니 어느새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한 기업의 흥망을 떠나 국가 경제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분식회계 문제는 국내에서도 이미 공론화된 상태다.
이번에 나온 `은밀한 숫자 놀음 분식회계`는 바로 이러한 분식회계의 실상을 현대 미국기업들의 실례를 통해 파헤치고 있다. 미국 애틀란타 조지아공과대학 회계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들은 회계의 이론과 실무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매출 가공, 이익 조작, 편법적 감가상각, 부정 재무보고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미국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행하는 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저자들은 기존의 회계기준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적절히 지적하면서 애널리스트나 금융기관 대출 담당자, 기업 투자자들이 분식회계의 내면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저자들은 분식회계를 통한 회계부정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아무리 화려한 기업일지라도 한 순간에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은 전체 11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회계 스캔들`에서는 기업들이 왜 숫자게임(분식회계)을 벌이는 지를 설명하고, 소위 `창조적 숫자게임`에는 어떤 유형의 것들이 있는 지를 분석한다.
2장 `제도적 허점`에서는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기업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회계기준상의 `융통성`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기업들이 이 융통성을 어떻게 악용하는 지 알아본다.
3장 `탈법적인 이익관리`에서는 분식회계의 한 분야인 이익관리 측면에서 기업 회계담당자들이 벌이는 공격적인 이익관리법과 이를 실현시키는 다양한 테크닉에 대해 알아본다.
4장 `감독당국의 대처 노력`에서는 미국의 회계감독 당국이 기업들의 `창조적 회계`관행을 추적ㆍ감시하는 데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간혹 내부자들이 제공하는 숫자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다룬다.
5장 `회계 전문가의 조언`에서는 애널리스트, 대출담당자, 공인회계사들이 기업들의 분식회계를 잡아내기 위해 실시한 다양한 조사 결과를 실었다.
이 밖에 6장에서 11장까지는 매출, 감가상각, 자산ㆍ부채, 손익계산서, 순이익, 현금흐름표 등 분야별로 기업들이 어떻게 분식회계를 시도하며, 이런 조작적 회계 관행을 감지해 내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과 경험을 소개한다.
이 책은 기업이나 은행, 증권사 및 정부기관의 재무담당자들뿐만 아니라 기업이 발표한 재무제표만 믿고 투자할 수 밖에 없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기업들의 회계부정의 실체를 파악, 개인적인 손해를 입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