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피해 늘자 2·3중 안전판 설치… 신기술 개발·창업 활성화 유도

[기술유출 피해보험 추진]<br>기술유출 경험 중기 15%… 존립 위협 내몰리기까지<br>녹색성장·신재생에너지 등 보안 중시 분야 효과 예상<br>보험사 분쟁소지 커 난색… 도입까지 풀어야할 과제 많아



장비검사 측정기 전문업체인 H사는 몇 해 전 중국 칭다오에 현지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가 6개월 만에 눈물을 머금고 철수하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평소 거래해왔던 한 파트너 업체가 H사의 핵심기술을 훔쳐 같은 업종의 회사를 차리는 바람에 거래선을 모두 빼앗겨 더 이상 현지공장을 운영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H사 관계자는 "한국 업체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서로 믿고 거래해왔는데 기술도면을 몰래 빼내간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도 마땅히 대처할 방안이 없었다"며 "중국에 투자한 자금을 몽땅 날리는 바람에 부도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기술유출 피해보험 도입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이처럼 기술유출 사고가 급증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피해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존의 사전 방지책에 이어 사후 보험상품까지 동원하는 등 2중ㆍ3중의 안전판을 설치함으로써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의욕을 높이고 사회 전반의 창업 분위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H사의 사례처럼 자금력이나 인력확보 등 경영여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애써 개발한 핵심기술 하나만 유출돼도 존립기반이 흔들려 결국 폐업사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국가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산업기밀 유출은 지난 2003년 2건에 불과했지만 2009년 29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또 최근 3년간 기밀정보 유출피해를 경험한 중소기업은 전체 중소기업의 14.7%에 이르고 있으며 이 중 혁신형 중소기업은 16.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이 이처럼 기술유출에 취약한 것은 자금난 등의 이유로 보안 시스템이나 관련 인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가운데 기밀보호를 위해 비용을 지출한 곳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조사자료도 나와 있을 정도다. 일찍부터 기술보험 도입을 촉구해온 중소업계는 "기술유출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한목소리로 환영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원천기술 유출로 심각한 타격을 입어왔기 때문에 보험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경우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녹색성장ㆍ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뛰어든 혁신형 중소기업들은 원천기술과 기밀유지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탓에 보험의 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다양한 방법으로 보안 유지에 힘쓰지만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내부 직원의 비리로 인한 기술유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며 "기술이 도용될 경우 회사가 망할 수 있어 정부가 추진하는 보험상품이 나온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술유출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제도가 국내에 도입되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해당 업체의 주장대로 기술유출의 사실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부터 구체적인 피해액 산정이나 기업들의 비용부담 등이 해결돼야 한다. 중기청에 따르면 기술유출 기업의 건당 피해액은 평균 10억2,000만원에 이르고 있지만 보안에 투입되는 비용은 연간 1,951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사들도 사고 발생시 분쟁의 소지가 높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기밀유출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금액이 4조2,156억원에 달하는 등 손해 규모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해보험은 평균 손해액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상품으로 나올 수 있는데 기술유출에 따른 피해액은 정확하게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험사들이 선뜻 상품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또 가입기업들이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고의로 기술을 유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기술보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은 아니다"라며 "기술유출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구제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만큼 실무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도록 다각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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