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경영비전 2004] “우리가 리딩뱅크“ 4龍 각축

`올해가 선도은행 도약의 원년(元年)이다 ``더 이상 뒤쳐지면 대열에서 탈락한다` 은행권이 2004년을 맞아 전열 재정비와 함께 힘찬 새 출발을 시작했다. 여전히 시장주도권을 잡고 있는 대형은행들은 `선도은행 도약`을, 실적부진에 허덕였던 은행들은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연초부터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상당수 은행들은 `이미 밑바닥까지 경험한 이상 더 이상 나빠질 요인이 없다`며 본격적인 실적회복을 벼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면서 우리경제도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들 역시 올해 경영은 SK글로벌 사태, 가계대출 및 신용카드 부실 등 악재가 겹쳤던 지난해 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주변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올해 역시 경영여건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다. 특히 올해에는 외국 선진은행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과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조기민영화, 2금융권의 구조조정 등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 협조하는 가운데 부침(浮沈)을 거듭해 왔던 은행권이 올 연말에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 지 주목된다. ◇은행권 판도 지각변동 예고= 올해 은행권 판도변화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변수는 잇따라 국내에 진출하고 있는 외국자본의 행보다.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칼라일은 3년간의 지분매각 제한이 풀리면서 이미 한미은행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현재 한미은행 2대주주인 스탠더드챠터드은행이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씨티은행 등 다른 세계적인 금융기관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또 제일은행 역시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이 가격만 맞는다면 국내외 누구를 막론하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우리금융지주 역시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어 은행권은 올해도 지난해 못지 않은 `M&A(인수ㆍ합병)`의 회오리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를 새 주인으로 맞은 외환은행도 올들어 외국인인 로버트 팰런 행장을 영입하면서 새로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국자본의 잇단 국내진출은 올해를 기점으로 `투자펀드`에서 `커머셜뱅크(상업은행)`로 세대교체까지 이루어져 국내 금융계에 새로운 자극을 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변하는 영업환경 = 올해에는 은행권의 영업환경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지난해에 이어 외국자본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소매금융 시장에서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 지고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날로 강도를 더 해 가면서 주택금융시장도 어느 정도 위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제도적인 면에서는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의 시행으로 신탁부문을 중심으로 영업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고 조만간 모기지론이 도입되면서 장기 주택대출 시장을 둘러싼 또 한차례 일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모바일뱅킹이 전 은행과 이동통신사로 확대되는 등 금융과 기술의 결합, 이업종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은행권 영업판도에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게 될 전망이다. 이밖에 지난해 최악의 나날을 보냈던 신용카드 부문의 경영정상화 노력과 방카슈랑스 등 새 영업채널에서의 수익원 창출 경쟁도 한층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선도은행`ㆍ`실적회복` 경쟁 치열= 은행권은 올해 이 같은 경영 및 영업환경의 대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을 하면서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시장의 흐름과 고객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해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은행권 최고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던 우리은행과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던 국민은행, 작고 알찬 은행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은행으로 급부상한 신한과 하나은행 등 이른바 `은행권 4강`이 펼치게 될 선도은행 도약을 위한 경쟁이 갈수록 흥미진진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저마다 `내실과 외형`을 적절히 조화시키면서 올해를 `리딩뱅크 원년`으로 삼겠다는 태세다. 여기에 그동안 경쟁에서 뒤쳐져 왔거나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은행들 역시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면서 실적회복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어 은행간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다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과거와는 달리 무리한 외형경쟁을 통한 `키 재기` 경쟁 보다는 `내실경영을 통한 질적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덕훈 우리은행장은 “국내은행들도 이제는 상품과 서비스 등 모든 부문의 경쟁력을 한단계 더 높여 세계시장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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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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