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한 단계 발전을 위해서는 중대한 계기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특히 골프 실력의 비약적인 향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결정적 계기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나는 골프를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이 됐으며 라운드 때마다 거의 매번 70대 초반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속칭 `싱글` 골퍼다. 언더파도 곧잘 기록하는데 작년 블루헤런(옛 클럽700)골프장에서 생애 베스트스코어인 63타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골프를 시작한 지 십 수년 동안 100타를 깨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면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골프채 잡은 지 1년 안에 70대 못 치면 평생 싱글핸디캐퍼가 될 수 없다`는 오래된 골프 속설이 있지만 내 경우는 조금의 과장도 없는 진실이다. `열린 지갑` `골프 저능아` 그리고 부킹하는 재주는 있어서 `걸어다니는 회원권` 같은 별명이 늘 따라다녔을 정도였다.
그러던 내가 어금니를 악물고 골프에 매달리게 된 것은 내가 억지로 끌고 다니다시피 하며 `머리를 얹어준` 한 친구에게 어처구니없는 참패를 당하면서부터 였다. 지난 97년 가을 어느 날 지갑에 들어 있던 현금을 다 털리고도 모자라 명함 뒷면에 차용증까지 써줘야 했던 `대 망신`을 경험한 뒤로 골프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이었다.
그 해 겨울 친분이 있는 모 대학 골프팀 김 감독의 동남아 전지훈련에 따라가 때를 써가며 레슨을 받았고 하루 54홀도 마다하지 않는 강행군을 2개월이나 지속했다. 당시 위성 전화로 회사 업무를 처리하면서 눈만 뜨면 골프채를 잡았고 100㎏에 육박했던 체중이 75㎏까지 줄어들 정도였으니 그 훈련 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귀국한 뒤 1년 동안 그간 내 지갑 털어갔던 `원흉(?)`들을 상대로 `복수혈전`을 벌였다. 승승장구하면서 본전은 복구가 됐지만 그 많던 `손님`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싱글`로 가기 위해서는 골프와 관련해 수모나 치욕 등 `정신적인 충격`이 절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발전 가능성이 희박했던 나의 경우를 통해 누구든지 노력 여하에 따라서 실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