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열대밀림… 황홀한 여명… 비경 간직한 태평양의 보석

필리핀의 제주 보홀<br>로복강변 곳곳 원주민 공연단… 유람선 타고 느긋한 투어도<br>대평원의 젖무덤 같은 초콜릿 힐… 200만년전 태고의 신비 오롯이<br>300여종 서식 '나비의 천국'… 길이 13㎝ 안경 원숭이도 볼만

보홀섬에서 바라 본 여명. 바다와 하늘 구름에 햇빛이 반사돼 보는 이의 눈을 황홀하게 한다.

타르시어 원숭이는 눈이 몸 전체의 3분의1을 차지하는데 몸 길이는 13㎝에 불과하다.

바닷속에 있던 기생화산이 융기해 형성된 초콜릿 힐.


한국에 제주도가 있다면 필리핀에는 보홀(Bohol)섬이 있다.

연중 관광객이 붐비는 것도 그렇고 화산지형이 만든 오름이 있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제주가 한반도 서남쪽에 위치해 바닷바람을 홀몸으로 막고 있는 데 반해 보홀은 필리핀 군도에 둘러싸여 태풍의 영향을 적게 받는 점이 다를 뿐이다.


보홀은 한국에 잘 알려진 세부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길쭉하게 생긴 세부와 달리 둥근 모양을 한 섬이다. 마닐라에서 정남쪽으로 약 700㎞, 막탄섬에서는 동남쪽으로 70㎞ 거리에 위치해 있는 필리핀에서 10번째로 큰 섬이다. 세부에서 시속 60㎞ 정도의 페리로 1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고 마닐라에서 보홀의 유일한 도시인 탁빌라란까지는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다. 외국 관광객이 몰리지만 섬이 크기 때문인지 그다지 붐비지는 않는다. 오히려 잘 알려진 관광지에 비해 떼가 덜 묻은 느낌이 드는 것은 장점이다. 이번주 'Relax Friday'는 산호군락 위의 해수면에서 돌고래가 뛰노는 필리핀 보홀로 간다. /편집자주

보홀은 닳고 닳은 관광지가 아니다.

관광지라고 입소문이 난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바가지 요금과 얄팍한 상혼이 기승을 부리기 마련인데 보홀은 외국인들이 적잖이 붐비고 있음에도 그런 여행지 특유의 피곤함이 묻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보홀이 적막한 오지만은 아니다. 발길 닿은 곳마다 빽빽한 열대의 밀림과 쪽빛 바다가 펼쳐지지만 현대적이고 비싼 리조트가 있고 곳에 따라서는 붐비는 인파도 있다. 다른 관광지처럼 이곳에도 관광객을 부리고 다시 주워 담아 보내는 쇼핑센터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반 협박이나 강제적인 구매 강요는 없다.(아직 현지 가이드를 고용한 국내 패키지 상품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건은 대체로 조잡하지만 그중에서 살 만한 것과 사고 싶지 않는 것은 명확히 구분된다. 그래서 보홀은 순진한 관광지다.

■보홀에서 뭘 볼까.

보홀에서는 강ㆍ오름ㆍ동물ㆍ물고기 구경을 해볼 만하다.

보홀에서 가장 큰 강인 로복강(LOBOC RIVER)은 섬에서 가장 큰 강으로 강 양안에 수목이 울창해 배를 타고 구경을 할 수밖에 없다. 일명 '로복강 사파리 크루즈'라고 하는데 유람선 위에서 파티나 식사를 하면서 느긋한 투어를 즐길 수 있다. 강변 곳곳에는 원주민 공연단이 진을 치고 있다가 배가 닿으면 한바탕 춤과 노래를 들려주고 돈을 받는다. 돈을 주고 안 주고는 자유지만 40~50명의 공연단이 20분간 열과 성을 다해 노래와 춤을 곁들이는 통에 매정하게 떠나가기는 쉽지 않다. 1달러나 1,000원 정도를 기부하고 기념 사진을 찍으면 좋다.

초콜릿 힐(CHOCOLATE HILLS)은 보홀 관광안내서 첫 장에 등장하는 명소다. 보홀섬 중앙의 대평원에 젖무덤 같은 언덕 1,000여개가 솟아 장관을 연출한다. 모두 1,268개라고 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보홀은 200만년 전 바닷속에 있다가 지면이 위로 솟아오르면서 육지가 됐고 산호층이 엷어지면서 초콜릿 힐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그 이름이 초콜릿 힐이 된 것은 미국의 한 정치인이 건기 때 갈색 초지로 뒤덮인 모습이 "키세스 초콜릿과 닮았다"고 해서 유래된 것이다. 규모가 가장 큰 '초콜릿'에 전망대가 있어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일출ㆍ일몰 때가 가장 아름답다.

원숭이 구경도 빼놓을 수 없다. 타르시어 원숭이(TARSIER MONKEY)는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동물 중 하나로 몸 길이가 고작 13㎝에 불과한데 눈이 몸의 3분의1을 차지한다. 눈이 안경을 쓴 것처럼 크고 튀어나와 있어 물고기처럼 180도를 볼 수 있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밤에 메뚜기 등을 사냥한다. 서식지를 강제로 옮기면 스트레스로 자살을 많이 해 보홀 내에서만 구경할 수 있다.

나비농장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필리핀에 서식하는 약 1,000여종의 나비 중 300여종이 보홀섬의 빌라(BILAR)라는 곳에서 발견될 정도로 보홀은 나비의 천국으로도 유명하다. 나비의 보존을 위해 뉴질랜드 사람인 크리스티 버레이스가 지난 2002년 처음 나비농장프로젝트를 제안했고 그로부터 4년 뒤인 2006년 드디어 문을 연 SIMPLY BUTTERFLIES 나비농장은 근처 숲의 나비들이 언제든지 자유로이 날아들어와 놀다 가는 곳이다.




여행수첩

■보홀 가는 길


한국에서는 보홀까지 직항이 없다. 그 때문에 대부분 세부 막탄공항에 도착해 보홀까지 배를 이용해 들어가거나 마닐라공항에서 출발, 탁빌라란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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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필리핀까지 (필리핀항공)

인천-마닐라 매일 20:35

인천-마닐라 매일 8:30

인천-세부 주4회(수ㆍ목ㆍ토ㆍ일)

부산-마닐라 매일 21:05

▦필리핀 내 공항에서 보홀까지

세부 막탄→차량 30분→항구에서 전용 선편 1시간30분 이동

마닐라공항→국내선 1시간20분→보홀공항 도착

자유여행이 자신 없다면 여행사 연합패키지 상품 '필 플러스팩 보홀'을 이용해볼 만하다. 3박5일 기준 보홀비치클럽은 77만9000원부터이며 팡라오블루워터클럽은 86만9000원부터다. 문의(02)2085-8711. 필리핀관광청 (02)598-2290.

■쉴 만한 곳

보홀섬 안에는 크고 작은 리조트 10여개가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4인 1박에 한화 100만원이 넘는 방이 있는가 하면 인근 파밀라칸섬에 갈대로 만든 방갈로는 1박 3식에 한화 3만원짜리까지 다양하다. 주요 숙소는 다음과 같다.

▦팡라오블루워터리조트 (Panglao Bluewater Resort : www. Bluewater.com.ph)

▦보홀비치클럽(Bohol Beach Club : www.boholbeachclub.com.ph)

▦알로나큐화이트비치리조트(Alona Kew Beach Resort : www.alonakew.com)

▦팡라오네이처아일랜드리조트 (Panglao Island Nature Resort : www.panglaois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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