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한종 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월요초대석)

◎“고속철 국민 불안 씻겠다”/폐광갱도 등 정밀 재조사 “안전만전”/경주노선 각계의견 수렴 내달 확정/21C 경제도약 초석될 「건강한 옥동자」 탄생에 최선□대담:신상석 부국장겸 사회부장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의 이사장은 「맷집」이 좋아야 한다. 고속철도공사는 국내에서는 처음이자 단군이래 최대의 대역사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는 공사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때문에 칭찬보다는 따가운 질책과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어려운 공사를 진두 지휘하는 이사장에게는 그래서 남보다 몇배의 추진력과 맷집이 필요한 것이다. 김한종 이사장(60)은 추진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김 이사장도 요즘은 국민 앞에 죄인이 된 심정이다. ○정열·지혜 살릴것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안전하고 쾌적한 고속철도를 만들어 국민들의 불안을 말끔히 씻는데 모든 힘을 쏟겠습니다.』 김 이사장은 최근 고속철도공단에 빗발치고 있는 비판의 목소리를 보다 완벽한 고속철도를 건설하라는 국민들의 채찍질로 받아들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이사장으로부터 경부고속철도건설의 현황과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국민들은 지금 경부고속철도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또 고속철도가 제대로 건설될 수 있을 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요. ▲철저한 준비없이 건설계획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차량이 선정되기도 전에 서둘러 착공한 것도 잘못이었습니다. 고속철도의 설계·감리·시공 경험이 전혀 없고 적당주의 관행에 젖어있는 국내 기술력을 과신한 것도 오늘의 문제를 초래한 주된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시행착오가 예고돼 있었던 셈이지요. 저도 취임 직후 공사현황을 둘러보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60년대 세계가 모두 비웃을 때 우리 힘으로 고속도로를 건설했습니다. 이런 정열과 지혜를 되살려 최선을 다한다면 국민들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고속철도를 건설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인·허가 등 지연 ­지난 89년 5월 경부고속철도의 건설계획이 확정된 뒤 93년 6월 1차 계획수정이 있었습니다. 지난 5일 또다시 수정 방침을 발표했는데 주된 배경은. ▲사전 준비기간이 충분치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추진 과정에서 인·허가 지연, 민원, 설계결함 등 공정에 영향을 미치는 갖가지 문제들이 불거졌습니다. 계획된 공기를 애써 지킬 수도 있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국책사업에 조금의 부실시공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각오로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솔직히 고백하고 계획수정을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대전∼천안 시험선 구간이 92년 6월에 착공된 이후 4년여가 지났습니다. 공사 진척이 예정보다 많이 지연되고 있는데요. ▲경부고속철도 4백26㎞중 시험선 구간은 57㎞입니다. 제반 문제들로 계획된 공정에는 못미치지만 지난달말까지의 공정률이 68.6%에 이르고 있습니다. 1단계 시험선 구간공사와 병행해 나머지 구간도 단계별로 착수하고 있습니다. 서울∼천안 구간은 지난해 착공해 6.6%가 진척되었으며 대전∼대구 구간은 화신터널과 상촌터널을 지난 8월 착공했고 2개 공구는 입찰공고중입니다. ­그동안 설계·노선 등 공사 전반에 걸쳐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업추진상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요구에 따른 각종 집단민원과 인·허가 지연을 들 수 있습니다. 오송역의 경우 역 설치를 전제로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있으며 남서울역도 역사연결도로의 무리한 민원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설계불충분에 따른 설계검증 문제입니다. 공사가 시작된 뒤 차량이 결정됨으로써 외국 기술진의 설계검증에서 문제가 드러나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셋째는 사전조사 미흡으로 인한 설계 부실입니다. 상리터널 폐광문제가 그 예로 폐갱의 규모가 큰 것으로 파악돼 아예 노선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밖에 용지 매수 지연과 각종 공사민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안전엔 문제없어 ­특히 고속철도가 지나는 곳에 있는 폐광 갱도와 동굴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상리터널과 조남1터널의 폐갱도가 위험한 것으로 확인돼 전 구간을 대상으로 터널 인근의 폐광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입니다. 노선에서 50m 안에 있어 위험한 곳은 자연동굴 1곳, 폐광 3곳 등 4곳이 확인돼 정밀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밖에 노선에서 50∼1천m 떨어진 곳에 28곳의 폐광이 발견됐으나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상리터널 내달 결정 ­만에 하나 노선구간의 폐광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사전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 운행중 대형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이를 우려하는 국민들의 전화가 신문사에도 빗발치고 있습니다. 대책은 있는지요. ▲설계·시공회사에 전체적으로 다시한번 정밀조사를 하도록 요청했으며 시·군·구 광업등록사업소와 광업진흥공사로부터 폐광자료를 받아 정밀 검토중입다. 또 자료에 나타나지 않는 폐광을 확인하기 위해 반상회를 통해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공단 직원이 직접 전 구간을 탐문 조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고속철도에 영향을 미치는 폐광은 사전에 모두 확인될 것으로 믿습니다. ­경주를 지나는 구간과 상리터널 노선은 언제 결정됩니까. ▲경주 노선은 문화재와 경관을 보호해야 한다는 문화계와 불교계의 주장에 따라 지난 6월 새 노선과 역사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교통개발연구원이 새 노선 선정을 위한 용역을 시행중입니다. 건천 인근 방내리를 지나는 노선과 내남면 덕천리를 거치는 2개 노선으로 압축됐습니다만 전문가와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다음달 새 노선을 최종 결정할 방침입니다. 상리터널은 지난해 5월 착공해 2백98m를 파들어간 상태에서 대규모의 폐갱도가 확인돼 다음달까지 새 노선을 마련할 것입니다. ­차량은 프랑스 테제베에서 제작하는데 노반 설계는 국내업체가 맡아 많은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속철도 건설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국내 기술력을 과신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외화를 아끼고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의 기반을 닦는다는 취지로 국내업체에 설계를 맡기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설계 시공상의 문제가 계속 발견돼 프랑스 시스트라사에 설계검증을 받도록 바꾸었습니다. 공단은 또 완벽한 설계를 위해 국내외 우수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한편 설계관리실을 설치했습니다. ○시행착오 거울로 ­국민들의 우려를 떨치기 위해서는 응급 처방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안하던 일을 하면 불안한게 인지상정입니다. 충분한 준비없이 공사를 시작하다보니 많은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예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분명 경부고속철도는 21세기 우리 경제를 도약시킬 초석이 될 것입니다. 공단의 전 직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일대 전환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고속철도를 꼭 건설하고야 말겠습니다. 국민들이 불신을 털어버리고 공단에 힘을 실어주면 경부고속철도는 분명히 「건강한 옥동자」로 탄생할 것입니다.<정리=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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