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건강한 사회와 상속세


지난해 상속세와 증여세로 거둔 세금규모는 약3조원으로 전체 국세수입의 1.7%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평균이 0.4%내외이니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상속ㆍ증여세 비중은 높은 편에 속한다. 물론 세금규모만 보면 적절하게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상속ㆍ증여세는 분배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세금이다. 과세의 정당성은 평등(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출발의 평등을 의미한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체제하에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경쟁을 통해 각자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소득을 올리고 자산축적을 하는 것은 당연히 존중돼야 하지만, 선대에 축적된 자산으로 남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는 불평등은 다소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 상속세다. 출발의 평등을 도모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극단적으로는 상속자산을 모두 세금으로 걷는 방법부터 부분적으로 가져가는 방법까지 다양하게 고려될 수 있는데 핵심은 세율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최고세율이 50%이니 단순히 말하면 상속자산의 절반은 국가가, 절반은 상속인이 가져가는 구조이다. 절반씩 나누는 셈이니 일견 무난해 보인다. 그러나 경제 주체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동안 일어난 수많은 조세회피 사례가 이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 상속세 세율이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 마냥 경제 주체들의 세금회피 행위를 비난만 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세율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게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세금을 '제대로, 철저히'과세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상속ㆍ증여세법에서 세밀한 규정들을 갖춰 놓을 필요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조세심판원에는 상속세나 증여세와 관련한 사건들이 많이 다뤄진다. 포괄주의 과세의 불명확성, 상속자산평가에 대한 주관성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과세는 제대로 돼야 하지만 억울하고 부당한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곤란하다. 조세정의 실현은 평등이념의 구상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평등의 실현을 위해 과세관청이 제대로 과세할 수 있게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과 법 적용의 안정성 또한 중요하다. 포괄주의 과세규정 및 재산가치의 평가 조항 등 중요한 부분은 하나하나 점검해 세심하게 정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상속세의 공정한 과세, 그것이 우리 경제의 강점인 계층 간의 활발한 이동을 통한 역동성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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