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연말 보너스만 쳐다보는 일본, 남 일이 아니다


최근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한 외신은 현재 일본 경제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직장인들의 두둑한 겨울 보너스뿐이라고 꼬집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은 3·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기술적 의미에서 리세션(경기후퇴)으로 접어들었다. 일본중앙은행(BOJ)이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풀어도 경기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엔저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들이 연말에 두둑한 보너스를 직원들 손에 쥐여주고 이것이 소비로 연결되면 일본 경제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겠지만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일본 국민들은 소비 대신 결국 저축을 택할 것이라는 게 이 기사의 줄거리다.


한때 일본의 20년 장기 디플레이션을 끝장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줬던 아베노믹스는 막다른 궁지에 몰렸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국민들조차 왜 해야 하는지 의아해하는 의회 해산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이면에는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다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아베 정부는 이미 절반은 실패한 셈이다. 지난 2012년 집권하면서 내세웠던 세 개의 화살(재정팽창, 양적완화, 구조개혁) 가운데 손쉬운 두 가지는 했지만 가장 어려운 세 번째에서 꽉 막혔다. 일본 경제의 현실은 돈 풀기만으로는 경제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극명하게 보여준다.


디플레 망령 日·中 등 전세계에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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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의 망령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주 말 중국은 2년4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경기 둔화로 중국의 물가 수준이 정부가 정한 하한선 밑으로 떨어져 기업들이 실질금리 상승압박을 받자 중국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움직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처럼 세계 주요 경제권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마저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몰렸다. 중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리커창 총리는 버블이 껴 있는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통화 정책을 통한 부양을 극구 사양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이미 디플레이션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유럽도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조만간 국채매입이라는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형편이 나아 보이는 미국도 한 꺼풀 벗겨보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5%대로 떨어진 실업률의 이면에는 1,000만명이 넘는 구직 포기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위기 이전 66%대에서 현재 62%로 뚝 떨어진 상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이러한 경기회복의 취약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면서도 제로금리를 내년까지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 교수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발간한 저서 '야성적 충동'에서 1920년대 대호황에서 1930년 대공황으로 미국 경제가 급전직하한 데는 자본주의 미래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업가들은 자신감을 상실했고 정부의 정책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이 더해져 투자가 극단적으로 줄어들면서 공황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경제 여건이 완전히 변하고서야 살아났다고 진단했다. 얼마 전 그는 지금 세계 경제가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직후와 유사하다며 세계가 장기적 침체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연말을 앞두고 나오는 각 기관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국 구조개혁 통해 성장 동력 찾아야

우리 경제는 이러한 불리한 대외 여건을 헤치고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체질을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한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정부·정치권·기업 등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집단들이 중심을 잡고 사회를 이끌고 나가야 변화의 고통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경제학자는 한국의 엘리트 집단들이 현실을 절박한 심정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모두 우물쭈물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특히 정부가 욕먹지 않을 것만 골라서 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와 나눈 대화 가운데, 유독 '절박함'이라는 단어가 뇌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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