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5일 중국의 제9기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주룽지총리는 부정부패의 핵심이 건설비리라고 지적하면서 법으로 엄격히 다스리겠다고 천명했다.지난해 3,600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재앙을 초래한 제방붕괴의 원인이 부실공사에 있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철옹성처럼 튼튼하다고 장담하던 후난성 주장댐의 붕괴사고는 알고보니 지방관리들의 공사비착복과 불법하도급으로 건설자재를 제대로 쓰지않고 두부찌꺼기와 거북이 알과 같이 물러터진 불량자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7일자 중국 인민일보에는 두부찌꺼기 공사(豆腐渣工程)를 척결하자는 요지의 자우샹루(趙相如)논설위원의 칼럼이 실렸다. 누구든지 건설자재를 요구량보다 적게 쓰면 「머리가 날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글과 함께 그린 삽화가 눈길을 끈다. 처음에는 멀쩡하던 생선이 도급→하도급→재하도급의 과정을 거치면서 막상 시공을 할 때에는 생선이 앙상한 뼈만 남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건설업체들이 외국에 나가면 열사의 사막에서 기적의 대공사를 완벽하게 건설하고 동양 최고의 빌딩도 아름답게 건설한다는 찬사를 받아 왔다. 그런데 바로 그들이 건설한 한강의 교량이 줄줄이 무너지고, 사람이 붐비는 백화점과 아파트가 지은지 얼마되지 않아 붕괴하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우리는 지난 60년대 이후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제조업은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지만 건설업은 건설업 면허가 개방된 88년까지 26년동안 500개업체로 제한된 보호울타리 속에서 안주해 왔다. 지금은 종합건설업체가 4,300개가 되고 전문건설업체는 2만2,000여개로 갑자기 불어났다. 문을 너무 오래 꽁꽁 닫아 두었다가 무리하게 활짝 열어제친 꼴이다. 건설업계의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담합·덤핑의 악순환과 불법하도급으로 연결되고 부실공사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외국에 나가서는 잘하던 공사가 국내에서 엉터리 공사로 변모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부실한 공사감리·감독, 무모한 하도급을 포함해 잘못된 제도나 관행, 그리고 의식 등의 총체적인 개선과 자성이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