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민의 정부1년] 금융개혁 "이젠 SW개혁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금감위 고위당국자들은 금융구조조정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안팎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말하고 있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수술은 끝났지만 금융이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환자자신의 노력과 추가적인 처방이 꾸준히 필요하다는 말이다. 절반의 성공보다 절반의 과제가 금융정상화를 위해서는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구조조정의 지향점은 21세기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다.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은 정부의 몫이었다. 어느정도 회복된 기력을 바탕으로 건강을 되찾고 외국선수들과 싸워서 이길 정도의 실력을 갖추는 것은 이제 금융인들의 몫이다. 예전에는 동네 선수들끼리의 경쟁은 심판인 정부가 나서서 말려줬다. 그러나 이제는 덩치큰 외국금융기관이 활개를 치고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목숨을 건 격투기 전문선수다. 과거로부터의 해방. 금융인들은 아주 모욕적인 말을 듣고 있다. 『한번 머슴은 영원한 머슴이다』. 관치금융에 길들여진 금융인들이 권한없는 정부의 지시에도 순순히 따르는 이유를 설명한 정부 당국자의 비유다. 마름이 돈을 모아 독립을 하고도 옛주인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행태를 빗댄 내용이다.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지적이다. 관치로부터의 해방. 금융이 정상화되기 위한 첫번째 과제이다. 관치의 질곡에서 벗어나야만 스스로의 힘으로 경쟁할 수 있다. 생존을 보호해 주던 정부는 이제는 게임의 룰만 제시할 뿐 싸움에는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적장치를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금융인들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사람이 중요하다. 게다가 금융은 지식산업으로 이미 변신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금융기업이 도입되고 있다. 직업의식과 전문성을 갖춘 프로페셔널이 필요하다. 이사회와 집행임원의 분리, 감사기능 강화 등 은행의 구조개편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은행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아랫사람은 복종하는 옛날식 사고방식으로는 새로운 제도를 운영하기 힘들다는게 중론이다. 순혈주의와 연공서열, 파벌중심의 인사관행을 타파해야 하는 이유다. 은행마다 계약직 외부전문가를 영입하는 한편 경영진과 간부에 대해 스톡옵션과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동기유발장치를 경쟁하듯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구색만 갖추는 경우도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과거의 관행과 사고방식에 아직 묶여있는 탓이다. 금융구조조정의 성과로 인식되던 합병은행인 한빛은행의 상황은 과거로부터의 탈출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노조가 분리돼 있고 인사도 개인별 능력보다는 양조직간에 균형을 맞춰 실시하는 등 한지붕 두가족살림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는 커녕 국민의 혈세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구조조정 금융기관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감독능력 정상화 등 금융감독의 개선은 선결과제다. 감독기관이 실력이 없으면 규제만 늘어난다. 아직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 규정을 보고 위규사항을 잡는데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파생상품 등 선진금융기법에 대한 이해를 갖춘 전문인력은 드문게 현실이다. 감독당국은 담보위주의 여신관행을 혁파하고 재무상태와 현금흐름을 중시한 선진적인 여신심사기법을 도입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진적 기법이 적정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이 선진적 여신기업을 숙지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시장보다 앞서가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보폭은 맞출 정도로 감독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틈만 나면 각종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팔목을 비트는 구태도 이젠 사라져야 한다. 【최창환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