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7년 無파업 장수 노조委長

그런데 노조위원장 재임 17년 동안 단 한차례의 파업도 없이 노조를 이끌고 있는 장수 위원장이 있으니 우리 노동운동사에 한획을 그을 만한 일이다.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동서석유화학의 김영곤(金永坤·48·전국화학연맹 부위원장)씨는 단위노조 설립 20년 역사 가운데 3년간을 제외 줄곧 노조위원장을 맡아 무(無)파업을 이끌어온 주인공이다. 金씨의 17년 「장기집권」역시 단위사업장 노조로서도 기록인 셈이다. 金위원장의 「무(無)파업 비결」은 간단하다. 그는 「회사가 있어야 노조가 있고, 근로자가 있어야 회사도 존재할 수 있다」는 원칙을 항상 염두에 두고 행동해왔다. 이 원칙은 지나치게 평범하기까지 한다. 오히려 너무 간단하고 쉬운 탓에 지키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金위원장은 원칙고수를 위해 노사 양측으로부터 우선 신뢰 쌓는 일에 착수했다. 이 신뢰를 바탕으로 공평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온 것이다. 그동안 파업위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성의있는 대화와 타협으로 대타결을 유도해낼 수 있었다. 동서석유화학은 한일그룹과 일본 아사히(旭)화성(化成)이 50대 50으로 출자한 아크릴섬유 생산회사다. 지난해 한일그룹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지분 50%를 아사히화성에 매각, 지금은 100% 일본회사다. 사실 한·일합작이나 단독출자 형태로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 가운데는 노사분규 심화로 철수한 경우가 적지 않다. 동서석유화학의 경우 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의 성공사례로 기록될 만한 「케이스 스터디」감이다. 金위원장은 창립 이래 계속 흑자를 기록해온 회사가 올들어 생산과잉으로 상반기 중 40억원의 적자를 내자 140명의 조합원들을 상대로 임금인상 자제를 설득했다. 결국 임단협에서 동종업계 평균 인상률 5%보다 낮은 3.5%를 회사측에 제시, 조기타결을 끌어냈다. 그의 희망은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회사측에서 제공하는 사원주택의 보급률을 현재의 70%에서 100%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협상은 항상 상대방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협상의 분위기가 그렇게 좋을 수만은 없다. 결렬이 예사고 심지어는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이같은 관점에서 동서석유화학의 노사관계, 金위원장의 「장수비결」은 우리 노동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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