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SW 「칵테일 97」개발/이상협(화제의 인물)

◎그 야망의 어제·오늘·내일/컴퓨터광 18세 사장 컴퓨터서 황금캐다/시험만보면 늘 낙제/공부와 학교가기 싫어/초등4학년때 무작정/아버지 졸라 컴퓨터 구입/중학교땐 노트북에 열중/친구들 질시·부모걱정속/밤샘연구 세계적 발명/대통령이 직접 초청까지/제품값 외국산의 5%… 한때 「모셔가기」 경쟁/“1원어치도 수출못해 아직 콜라 안마십니다”서울경제신문은 「18세 소년사장」으로 최근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상협 (주)화이트미디어사장을 장시간의 밀착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이사장은「칵테일97」이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멀티미디어 저작도구를 개발, 정보통신업계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지난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내년에 과학특기생으로 과학기술대에 입학한다. 어머니 이현주여사와 함께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사장의 18년 컴퓨터인생을 이야기 형식으로 재구성한다.<편집자주> 지난 6월2일. 난생 처음 청와대 문턱 위에 선 18세 소년사장 이상협은 잠시 눈을 감는다. 지난 시절 숱하게 진저리쳤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주위로부터 들어온 질시와 비난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니 컴퓨터 쪼옴 한다꼬 선생을 똥거치 아나.』 『니 주제를 알아라. 니는 학생이지, 컴퓨터 박사가 아잉기라.』 단지 컴퓨터광이라는 이유 하나로 학창시절 내내 받아야 했던 수모들이다. ○“운 좋은편” 생각 이사장은 지금 영빈관에 가는 길이다. 말로만 듣던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이사장을 초대했다. 어린 나이에도 전문가들 못지않은 재능과 실력으로 뛰어난 소프트웨어제품을 개발한 이사장을 치하하고, 소년사장의 애로를 들어 보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 대학총장 등 교육개혁위원회의 3백여명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이사장을 초대한건 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칵테일97」때문. 멀티미디어 저작도구인 이 제품은 외국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가격은 오히려 외국제품의 10∼20분의1에 불과하다. 강봉균 정보통신부장관은 신SW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해줬다. 삼성·현대 등 대기업들은 이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이사장 모셔가기」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대통령이 초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직 소년티가 완연한 이사장으로선 기뻐 춤이라도 출 일이다. 사실, 이사장은, 「자신은 꽤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눈을 떠보니 세상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소프트웨어업계 최고의 상을 받았고 대통령이 이를 기억하고 있다. 언론까지 앞다퉈 대서특필해주니 분명 행복한 일일 터다. 이상협이 가난한 아버지를 졸라 처음으로 컴퓨터를 산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따지고 보면 컴퓨터가 좋다고 생각한 이유가 특별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부와 학교가 싫었고, 거기서 도피하기 위해 컴퓨터를 샀다고 보는 게 맞다. 『당시 컴퓨터가 영어나 수학처럼 중요했고, 학교의 정규과목이었다면 아마 컴퓨터를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이상협은 공부가 싫고 학교가기가 두려웠다. 컴퓨터는 단지 이유없는 대안이었던 셈이다. 세모(△) 그리는 방법을 모르고 받아쓰기 시험만 보면 늘 낙제를 할 때가 있었다. 남들보다 1년 어려서 학교에 들어간 게 이유이기도 하지만, 사실 좀 모자란 구석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매정했다. 그에겐 감수성 많은아이의 정서나 개성같은 것은 관심 밖이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성적이었고, 규칙이었다. 「줄」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당연히 세모도 못 그리는 이상협은 늘 모욕에 가까운 푸대접을 담임교사로부터 받아야 했다. 컴퓨터를 산 뒤로, 특히 중학교 때 노트북 컴퓨터를 사서 들고 다닌 뒤로 「지진아」 이상협은 학교에서 더욱 멀어진다. 학교를 빼먹는 일이 점점 늘었다. 두 달 가까이 결석한 적도 있다. 그럴수록 컴퓨터는 가까이 다가왔다. 방문을 걸어잠근 채 밤을 새는 습관이 생긴 것도 이때부터다. 말하자면, 컴퓨터는 이상협에게 획일적인 제도교육에 대한 탈출구였고 유일한 반항의 도구였던 셈이다. ○고집세고 창의적 지금 이상협은 『그래도 학교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러니와 같은 표현이다. 고정관념과 아집으로 거북등같이 딱딱해진 제도교육이 자신을 그토록 홀대했기 때문에 거꾸로 컴퓨터에 미치게 됐고 결국 오늘이 있으니 학교에 고마와해야 할 이유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주선 영빈관 문이 너무나 육중해 보인다. 후배들 생각 때문이다.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학교교육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나어린 컴퓨터광들이 좀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런 교육현실을 「대통령 할아버지」께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또 다시 「당돌하고 건방진 놈」이라는 비난이 돌아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려야 한다. 용기를 내야 한다. 『전 콜라를 마시지 않습니다. 1원어치도 수출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매년 수천명의 학생이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합니다. 그러나 과학이나 정보통신특기자는 단 2명입니다. 컴퓨터만을 좋아하는 대다수의 학생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채 암기공부에 짓눌려 사라지고 있습니다. 학교교육에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없습니다.』 『정부는 정보화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 육성책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습게도 정부기관 대다수는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기업의 재산을 앞장서 훔치고 있습니다.』 그날 밤, 다시 서울 구의동 사무실. 낮에 대통령께 건의한 내용이 얼마나 수용될 지 걱정하다 잠시 아버지 이대수씨를 생각한다. 『공부허라꼬 콤퓨터 사좃지, 미치라고 콤퓨터 사좃나? 이 망헐 놈아!』 어느 날이었던가. 딱 한번 심하게 화를 내며 컴퓨터를 부숴버린 아버지다. 그러나 아버지는 유일한 정신적 지주였다. 늘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둘은 너무 닮았다. 어머니 이현주여사의 표현처럼 모두 「천하에 다시 없는 고집불통, 그러면서도 너무나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어머니. 늘 방문 밖에서 도시락을 싸들고 학교에 가기만을 기다리는 어머니.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나는 어머니. 진짜배기 사랑을 준 어머니. 이상협은 지금 두 분에게 헌사할 자서전, 「어머니! 저를 포기해주세요」의 마지막 부분을 정리하고 있다. ○과기대 입학예정 이책 1백85쪽. 지난 해 가을 수능시험을 앞두고 두 달 계속 결석한 이상협은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어머니가 아닌, 세상을 향해 외친다. 『대학 못 가 죽은 귀신 있어요? 제발, 제발 어머니! 저를 포기해주세요.』 한 동안 커서가 움직이지 않는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이사장은 11일 본사를 방문, 친필 서명한 뒤 쑥스럽다는 듯 이 책을 기자에게 건넸다. 이날 그의 어머니 이여사는 『이제 상협이를 포기했다』며 『그러나 사실 진정으로 포기한 것은 제도교육에 그를 어거지로 밀어넣으려던 욕심』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둘은 오랜만에 길게 포옹했다. 이상협은 최근 과학특기생으로 과학기술대의 입학자격을 획득했다. 또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자신이 창업한 화이트미디어가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되는게 작은 꿈이다.<이균성 기자> ◎본인이 들려주는 「칵테일97」 뒷얘기/사진 등 멀티정보 마음대로 편집제작/동생통해 부모님께 첫실험 성공적/최근 공무원교육용 교재로 채택도 이상협 사장에게 「칵테일97」에 얽힌 뒷 이야기를 들어 본다. ­칵텔일97은 무슨 제품인가. 『사진·그림·음악 등 멀티미디어 정보를 자유자재로 편집하고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다. 누구나 문자는 물론 음악·그림·목소리를 조화시킨 편지를 만들 수 있다. 교사들은 다양한 시청각 교재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현장감 있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주부들은 동영상으로 육아일기를 쓸 수도 있다.』 『칵테일97를 처음 써본건 여동생 경미(16)다. 경미는 지난 5월 어버이날에 칵테일97을 활용, 부모님께 드리는 영상편지를 제작, 인터넷으로 전송했다. 잔잔한 음악, 단란했던 가족사진과 함께 육성으로 부모님에게 감사를 전하는 내용이다. 이때 부모님이 많은 눈물을 흘리셨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카네이션 한 송이에 비길 바가 아니다.』 ­칵테일97이 알려지면서 외국업체로부터 스카웃 제의가 들어 왔다는데. 『영국회사인 제이컴에서 연락이 왔다. 이 회사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전세계의 우수한 10대들을 스카웃한다고 들었다. 고민했지만 이미 내년에 과학기술대에 가기로 돼 있어 거부했다. 하지만 일개 회사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세계로 뛰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부러웠다.』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하나. 『아니다. IQ가 140인데 과학고에 가면 나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오히려 나에게는 「맥가이버」같은 아버지의 근성과 오기를 그대로 물려받았던 게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빌 게이츠를 어떻게 생각하나. 『수 많은 경쟁자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최근 공무원교육원에서 사용하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파워포인트」를 칵테일97로 대체했다.』 ­앞으로 계획은. 『근성을 갖고 세계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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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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