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비극 주인공은 왜 항상 불행에 빠질까

■비극의 비밀(강대진 지음, 문학동네 펴냄)


고대 그리스(희랍) 비극 '메데이아'에서 주인공 메데이아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 하는지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격정이 나의 숙고보다 더 강력하니, 그것은 인간들에게 가장 큰 재앙의 원인이로다!"


국내 대표적인 희랍고전 연구가인 강대진 정암학당 연구원이 대표적인 희랍 고전들에 새로운 해석을 담은 신간 '비극의 비밀'을 펴냈다. 그는 비극의 정체에 대해 "비극의 주인공들은 거의 언제나 불행에 빠진다. 그러나 비극이 그런 인간들을 애도하기 위해 쓰인 것은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 불행 속에서 더욱 빛나는 내면의 힘, 그 재앙 속에서 인물들이 도달하는 어떤 높이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비극의 목적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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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는 희랍의 3대 비극 작가로 꼽힌다. 기원전 5세기에 창작된 이들의 작품은 2,50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인류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꼽히며 끊임 없이 재해석, 재창작되고 있다. 저자는 3대 비극 작가에 의해 변주된 '오이디푸스 왕'을 비롯해 아이퀼로스의 '아가멤논' '자비로운 여신들',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 '메데이아' 등 희랍 비극 작품들을 꼼꼼하게 읽어나간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은 아비를 죽이고 어미와 통정하는 비극의 주인공 오이디푸스 왕이 신이 정해놓은 운명 앞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는 운명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신들이 미리 알고 있는 사건들을 이루는 것은 바로 인간의 욕구와 자발적 행동"이며 "어떤 이해 못할 외적인 힘이 인간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이 바라는 대로 결정해서 행동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결과가 신들이 예언한 것과 일치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존재인 신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 닫혀 있지만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에게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해석이다. 희랍 비극을 관통하는 정서와 형식적 장치 등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소개한 점도 이 책의 미덕으로 평가된다. 2만2,000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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