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팍스 아메리카나' 저무는가


'슈퍼 파워' 미국의 체면이 요즘 말이 아니다. 세계 최강의 이미지는 찾아보기 어렵다.연방 정부의 부채상한협상을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한 이틀 전에 겨우 타결지어 정치 리더십의 한계를 보였다. 세계는 미국의 재정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새삼 확인했다. 힘겨운 부채협상이 마무리되는 듯하더니 이번에는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제기됐다. 그 와중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해 치명타를 날렸다. S&P의 신용등급강등은 정치ㆍ경제ㆍ군사ㆍ문화에서 '슈퍼 파워'를 과시했던 미국의 자존심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두려움으로 몰아넣었다. 세계경제 최대 불안요인으로 지구촌 리더로서 힘이 빠지는 듯하자 여기저기서 비난과 질책도 쏟아진다. 중국 신화통신은 "미국이 빚진 돈으로 호사를 누렸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고 꼬집었다. 푸틴 러시아 총리는 "미국은 세계경제에 기생충 같은 존재"라고 힐난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달러 지폐의 모델인 조지 워싱턴 초대 미국 대통령의 눈에 멍이 든 합성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세계경제의 견인차였던 미국이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를 든다면 지난 2007년 터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꼽을 수 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근본처방에 주력하기보다는 자국 경제만 우선하는 대증적 요법에 매달렸다. 기준금리를 낮추고 막대한 재정을 풀어 우려됐던 미증유의 대공황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노력을 소홀히 한 나머지 그 후유증으로 지금의 위기를 자초했다. 0%수준의 전례 없는 초저금리와 두 차례에 걸쳐 2조3,500억달러를 방출한 양적완화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 글로벌 달러약세를 초래해 전세계적인 물가앙등을 초래했고 넘치는 달러는 신흥시장의 부동산ㆍ주식거품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른 국가들의 핫머니 유입 급증 등 리스크를 키웠다. 신용등급을 깎은 S&P는 금융위기 이후 2년이 지났는데도 막대한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가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점을 꼽는다. 하지만 원인은 이보다 훨씬 더 깊고 멀리 있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70%를 지탱한다. 하지만 자체생산능력이 떨어진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소비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국보다 싼 해외제품을 들여와 쓰다 보니 미국 내 제조업 기반은 크게 약해졌다. 경쟁력이 약화된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아웃소싱을 늘리고 해외생산기지구축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미국은 1980~1990년대 심각한 산업공동화를 겪었다. 이제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은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미국이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업이 튼튼해야 경제도 튼실 지난해 미국은 4,978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2009년의 3,749억달러의 적자에 비해 32.8%나 더 늘어났다. 여기에 재정적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라는 점을 이용해 달러를 찍어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원인(遠因)이 밑바탕에 작용하고 있다. 부채증액분만큼 재정적자 감축이 쉽지 않고 지속적인 무역적자누적은 당장은 아니지만 종국에는 달러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조업은 산업의 근간이자 나라 경제의 버팀목이다. 제조업이 튼튼하면 고용ㆍ소득도 늘고 나라 살림도 튼실해진다. 독일과 일본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은 것도 제조업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제국의 쇠락을 보면서 제조업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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