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트위터 시대의 사생활 보호

영국 언론들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자유민주당 소속 존 헤밍 의원이 의회에서 축구 선수 라이언 긱스의 실명을 거론하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축구팀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는 긱스는 영국 일간지 '더 선'이 자신과 유명 모델 이모젠 토머스와의 불륜설을 보도하려고 하자 법원으로부터 보도금지 명령을 받아냈다. 하지만 트위터에서 불륜 사실이 공개된 후 스코틀랜드의 한 언론이 긱스와 토머스의 관계를 폭로하면서 이들의 사생활은 낱낱이 까발려진 상태다. 헤밍 의원의 실명 거론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과 다름없었다. 긱스는 미국 트위터 본사에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한 제보자의 신원정보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상태다. 영국 미디어들은 톱스타의 사생활에 열광하고 이를 보도하는 데 열을 올린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타블로이드 신문 등 미디어들이 충분한 증거 없이 유명인사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의 '사생활 보도금지 명령(super-injunction)'을 허락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는 원칙적인 측면에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또 소셜네트워크(SNS) 사회상과도 맞지 않는다. 우선 미디어를 어느 선까지 규정하느냐가 모호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미디어로 간주하고 사생활 보호법을 블로거나 트위터 이용자에게까지 들이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동안 영국 법원은 사생활 보도 금지 명령을 폭넓게 해석해 자주 남발하고는 했다. 하지만 사생활 보도금지 명령은 오직 해당인이 보도를 통해 생명에 위협을 느낄 경우에만 적용돼야 한다. 긱스의 불륜 보도 사건을 통해 소셜네트워크 시대 '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어디까지 규제해야 하는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결코 가십을 전문으로 보도하는 언론이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소셜네트워크 사회상에 걸맞은 사생활 보호 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보가 실시간으로 교환되는 소셜네트워크 사회에서 사적 정보를 스스로 보호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사적인 행동이나 발언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공중에 노출되는 빈도는 잦아질 것이다. 사적 영역은 소셜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점점 더 축소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론이나 소셜네트워크에 재갈에 물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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