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ICT특구' 만들어 미래기술 이끌자


박수용 NIPA 원장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고비를 맞고 있다. 스마트폰·TV 등 주력제품의 판매가 부진하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애플·삼성전자 등 극소수 기업만 만들었던 스마트폰을 이제는 PC처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경쟁자는 늘고 단가는 떨어진다. 플랫폼을 제공한 기업만 돈을 벌고 정작 기기를 만드는 기업은 수익을 못 내는 하드웨어의 표준화 시대가 왔다.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 쇼크는 한국 ICT의 위기론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판교 등에 글로벌 No.1 인프라 구축

대기업이 기침을 하면 중소기업은 몸살을 앓는다. 한국 중소기업은 독일이나 일본처럼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아니다. 미국처럼 소프트웨어로 위기를 돌파하기에는 혁신역량이 미흡하고 일본처럼 부품소재 기술로 버티기에는 내공이 부족하다.


ICT 산업이 위기라고 하지만 사실 한국은 더한 위기도 극복했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극복한 경험도 있다. 국가부도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한계상황에 봉착한 기업들을 살리는 대신 새로운 미래전략을 제시했다. 이른바 지식정보 혁명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겠다는 꿈을 담았다.

관련기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인터넷망을 전국 방방곡곡에 깐 사업이 시발점이었다. 그러자 포털·온라인게임·인터넷전화 등 관련산업이 새로운 활력소로 등장했고 벤처도 속속 생겨났다. 비록 거품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는 했지만 한국산 온라인게임이 상당기간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유지했고 인터넷 기업들도 구글에 맞설 수 있었다.

한국이 현재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 공급과잉 시대에 제조업 강화를 통한 위기극복에는 한계가 있다. 창조경제가 해답인 셈이다. 페이스북이 직원 55명에 불과한 와츠앱이라는 기업을 약 20조원에 매입했듯이 창의력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한 규제혁파는 여전히 더디다. 기업들은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주저하고 법이 신규 서비스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많다. 절차를 뛰어넘는 파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파격적으로 3년 뒤 미래를 구현하는 미래특구를 조성하면 어떨까. 3년 뒤 상용화될 미래기술이 시범적으로 구현되는 특구를 만들자는 얘기다. 판교나 송도 같은 특정 지역에 세계 최고의 ICT인프라와 창업환경을 제공하고 법적 규제를 풀어 새로운 서비스를 활성화한 일종의 미래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법적인 문제로 어정쩡한 우버 서비스, 메신저 등을 통해 돈을 주고받는 핀테크도 허용하자. 전기자동차가 도로를 누빌 수 있도록 충전 인프라도 깔고 세계가 주목하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도 무제한 허용하자.

세계적 실험장 만들어 주도권 잡아야

그러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이 신규 서비스 실험이나 연구를 위해 이곳에 몰려들 것이다. 또 창의력으로 무장한 젊은이들도 속속 둥지를 틀고 기발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다. 이곳에서 개발된 서비스나 기술이 3년 뒤쯤 세계로 확산된다면 한국은 신규 서비스 종주국이 된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진다.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최근 한 포럼에서 "한국이 미래 시장주도권을 잡으려면 투자비용의 25% 정도를 IoT 등 미래 인프라 기반 구축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감하고도 선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법적 준비부터 투자까지 분야별로 지혜를 모아 ICT 강국의 면모를 회복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