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세금폭탄 예고하는 대선공약


“복지 얘기 좀 그만해요. 그 돈이 다 우리 같은 서민들의 세금이잖아요. 세금 때문에 못살겠어요”

그제 한 라디오 방송에 나온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 이목희 기획본부장에게 쏟아진 질타다. 자신을 전남 광주 시민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길거리에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라고 걸린 민주당의 현수막을 보면 화가 난다”며 한탄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별다를 게 없다. 이들은 가는 곳마다 돈 드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이다. 초반에는 돈이 얼마나 들지 추계나마 내놓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없이 장밋빛 약속들을 쏟아낸다.

당연히 국민은 공약에 드는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고 싶다. 이들이 이미 밝힌 공약을 실현하는 데 소요되는 돈만도 수십조원이다. 결국 세금을 더 걷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그런데 후보들은 고작해야 기존에 못 걷은 세금을 더 걷을 뿐이라며 증세는 부인한다.


그러나 돈의 논리는 간단하다. 증세 없이 돈을 마련하려면 기존의 세원을 더 쥐어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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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문제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우선 세무조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세청 세무조사는 지난 2008년에 비해 지난해 두 배 이상 늘었고 법무부ㆍ경찰청ㆍ공정거래위원회 등도 벌금ㆍ과태료ㆍ과징금 징수 강화를 외치고 있다.

문제는 만만한 쪽이 결국 세금폭탄을 맞는다는 불평등한 현실이다. 해외로 돈을 빼돌리는 고액 체납자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벌금과 과징금 등은 해가 갈수록 목표보다 걷히는 액수가 적어지고 있다.

고액의 악질 체납은 그대로인데 징수는 강화되는 셈이니 결국 그 부담은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18대 국회에서 여야가 ‘체납세금 징수 민간 위탁법’을 반대한 것도 이 같은 부작용을 염려해서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위원장은 최근 “세율을 높이지 않았다면 증세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전보다 나라에 내는 돈이 많아지면 그게 곧 세금 증가다. 이제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선심공약의 뒤편에서 세금폭탄을 안기는 후보를 제대로 가려내는 눈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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