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통계는 고용대박… 현실은 고용대란

10월 취업 50만명 늘고 실업률 2%대 하락했지만<br>제조업 취업자 줄고 質낮은 일자리만 증가<br>설문방식 바꾸면 실업률 5.4%… 통계-현실 괴리



지난 10월 취업자 수가 17개월 만에 50만명 이상 늘면서 실업률도 9년 만에 2%대로 떨어졌다. 통계만 놓고 보면 우리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로 경기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고용 통계가 최근 고용 대란 상황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고용 대박"이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자영업 등 질 낮은 일자리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2,467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만1,000명이나 늘었다. 취업자 증가폭이 50만명을 넘어서기는 지난해 5월(58만6,000명) 이후 처음이다. 특히 10월 실업률은 2.9%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실업률이 2%대로 떨어진 것은 2002년 11월(2.9%)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실업자 수도 73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83만2,000명)에 비해 9만6,000명이 줄었다. 고용률은 59.9%로 0.5%포인트 올랐다. 이에 대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고용자 증가폭이) 마(魔)의 50만명대에 들어섰다"며 "신세대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고용 대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실업률은 2%대인 반면 고용률은 미국ㆍ일본 등 주요국보다 훨씬 낮은 60% 정도에 머물면서 통계의 신뢰성에만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직 포기자나 취업 준비자, 더 일하고 싶어도 일주일 1~2시간만 일하는 취업자 등도 실업자에서 제외하는데다 학생ㆍ군인 등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다 보니 고용 통계가 현실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업률 통계의 설문방식만 일부 바꿔도 실업률은 5.4%로, 잠재실업률은 21.1%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지난달 취업자 증가 내역만 들여다 보더라도 고용의 질은 더 악화되는 추세가 뚜렷한 실정이다. 50대(30만명)와 60대 이상(19만2,000명)의 일자리가 49만2,000명이 늘어나 지난달 신규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20대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으며 한창 일해야 할 30대의 고용은 6만6,000명이 줄었다. 30대의 경우 고용률도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감소세(0.1%포인트)를 보였다. 유경준 KDI 재정ㆍ사회정책연구부장은 "최근 8~10월 동향을 보면 20대는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40~50대 여성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나서는 추세가 두드러진다"며 "특히 30대의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의 경우 지난해 같은 달보다 5만5,000명 줄면서 3개월째 감소했다. 앞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화되면 제조업ㆍ수출 부문의 일자리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지난달 서비스업 취업자가 55만5,000명이나 늘었지만 부정적인 요인이 널려 있다. 우선 보건ㆍ복지 분야에서 14만1,000명이 늘었는데 이는 정부가 내년까지 간병인, 노인 노양 등에서 33만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역시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도소매업 분야도 12만8,000명이나 늘었다. 실제 지난달 자영업자는 10만7,000명 늘면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취업 시간대별로 보더라도 주당 36시간 미만의 단시간 취업자가 24만3,000명 늘어나 36시간 이상 장시간 취업자의 증가폭(22만1,000명)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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