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수출지원기관 '메디치 효과' 기대한다


신당동 떡볶이 거리에 가면 이색적인 가게가 있다. DJ DOC의 노래에도 등장한 음악DJ가 있는 떡볶이 가게다. 떡볶이와 음악이라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시도를 한 이 가게는 30여년 동안 여전히 성업 중이라고 한다. 갑자기 웬 떡볶이 타령이냐 하겠지만 우린 이 가게에서 요즘 시대의 경제 키워드를 떠올릴 수 있다. 바로 '융합'이라는 키워드다.

최근 기업들은 서로 다른 이질적인 분야가 융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메디치 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메디치 효과'는 중세 이탈리아에서 금융업으로 성공을 이룬 메디치 가문이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철학자·과학자들을 후원하고 그들이 활발히 교류하도록 해 창조적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면서 15세기 르네상스를 이끈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동해 사용하는 안경, 시계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의료기술과 융합해 헬스케어 산업의 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며 이 시장은 2020년까지 20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제품은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의료기술과 융합된 U-헬스기술 등이 메디치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현 정부도 출범부터 창조경제를 화두로 던지며 융합을 통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주목하고 있다. 중세 시대 메디치 가문의 역할은 무역 2조달러 시대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나라 수출지원기관들에도 두 가지 관점에서 메시지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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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 수출지원기관들은 과거 메디치 가문이 했던 것처럼 각 기관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우리 수출기업들이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줘야 한다.

소통의 장은 기업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금융기관·로펌 등 전혀 다른 집단 간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아주 이질적 집단 간 정보 교류가 오히려 보다 창조적인 기회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수출지원기관들도 우리 수출기업들의 요구(니즈)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분야의 수출유관기관끼리도 장벽을 허물고 융합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무역보험공사와 같은 정책금융기관을 포함한 무역협회, KOTRA, 산업별 협회 등 수출지원을 위한 다양한 기관들이 존재한다. 이들 기관은 이제까지 금융, 마케팅, 산업 활성화 등 각각 개별 분야에서 전문성을 강화해 수출을 지원하는 것이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 분야의 지원 대책으로만은 한계가 있다. 두 개 혹은 수개 기관이 전문화된 서비스를 융합해 새로운 개념의 지원서비스를 창조해 수출기업들에 꼭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과거 이탈리아가 유럽 르네상스의 중심이 됐던 것처럼 이제 우리나라도 새로운 기회를 찾아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역사적인 전환점에 와 있다. 메디치 가문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한 원동력이 됐던 것처럼 이제 수출지원기관들도 우리 기업들의 '수출 르네상스'를 이끌 수 있도록 새로운 역할 패러다임을 확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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