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칸 영화제는 워낙 유명한 감독들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경쟁 부문 진출작 선정만으로도 벌써 상 받은 기분이 드네요." 칸 국제영화제 본선 진출을 확정한 '박쥐'(제작 모호필름)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김옥빈 등 주연진들이 24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 열린 영화의 첫 언론 시사회 현장에서 출연 소감과 칸 진출 소감을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올해는 칸 영화제에 큰 상을 이미 받은 감독들과 걸작을 내놓은 감독들이 유난히 몰렸다는 소문을 들었다. 역대 중 경쟁 부문 진출작 선정이 가장 어려운 해라는 얘기도 들렸다. 안 될 수도 있겠구나 각오 했는데 잘 됐다. 그냥 경쟁 부문에 나갈 뿐인데 벌써 상 받은 기분이 든다. 나와 나란히 있는 이름들의 무게가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영화 '박쥐'는 우연한 생체 실험에 참가했다가 뱀파이어가 돼 극단적인 모순 상태에 처하게 된 한 신부(송강호)의 이야기를 다뤘다. 친구의 아내(김옥빈)에게 유혹을 느끼게 된 신부가 그녀로 인해 인간이 가진 모든 욕망과 타락의 유혹 앞에서 갈등하는 이야기가 큰 줄거리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영화를 위해 10kg을 감량했다던데. ▲ 베드신이나 성적인 묘사를 위해 감량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욕망이나 탐욕 등 가장 극단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 입장에 선 사제의 모습을 생각할 때 감량한 모습이 어울릴 것 같았다. (송강호/이하 송) 극 중 성기 노출 장면을 연출한 배경과 연기한 배우로서 심경은. ▲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를 봤을 때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된 것 같다. 카메라 위치나 화면 사이즈 같은 것들이 아주 자연스러워 뭔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 보다는 감추지 않았다는 기분이 든다. (박찬욱/ 이하 박) ▲ 10년 전 처음 이 영화를 제안 받았을 때 이 장면에 대해 얘기 나눈 건 아니다. 한 1년여 전 시나리오 완고가 나왔을 때, 작품 얘기를 꾸준히 나눌 때 핵심적인 장면이었다. 가장 강렬하면서도 정확한 표현의 장면이었기에 전혀 이견이 없었다. 그 장면은 상현의 순교적 행위라고 생각한다. (송) 여배우로서 파격 노출이 화제가 된 것에 부담은 없었나. ▲ 부담 보다는 베드신 말고도 워낙 충격적인 장면이 많아서 관객들이 기억이나 할 지 모르겠다. 촬영장에서 모두 다 고도의 집중력 발휘했다. 조용했던 기억 밖에 안 난다. 송강호 선배와 함께 연기한 것에 대해서는 같이 연기한다는 것만으로 내게 큰 의미였다. (김옥빈/이하 김) 감독과 송강호는 10년 째 세 편의 영화를 했다. 새 작품을 할 때마다 무엇이 달랐나. ▲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는 관계라 굳이 구분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JSA' 때는 송강호의 영화 경력이 대단한 때도 아니었지만 남자 배우들과 어울릴 대 항상 형처럼 앙상블을 이끌었다. 그런 면에서 노련한 배우로 보였고 '복수는 나의 것' 때는 특유의 이성적이고 지적인 냉정함이 소를 끼칠 정도였다. 특히 '박쥐'를 앞두고 송강호가 이런 사랑 이야기에 어울릴 것이냐고 사람들이 걱정했는데 나는 매우 만족한다. (박) ▲ 박 감독에게 10년 전 이 작품 이야기를 들었을 때 느낌이 생생하다. 정말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둔 얘기구나 생각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이야기가 얼마나 숙성되고 깊어졌겠는가. 개인적으로 많은 얘기는 안 나눠봤지만 감독님 개인 환경에서 미쳤을 정서적 영향이라던가 구원, 종교적 테마와 그 안에서 딜레마에 빠진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거라 생각했다. 특히 우유부단하고 인간적이면서도 꼭 덤으로 살아가는 것 같은 상현의 모습은 박찬욱 감독과 유사한 면이 많다.(송) 상현을 타락의 길로 이끄는 태주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 것은. ▲ 처음엔 무리력하고 지쳐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후 상현을 만나서 그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에 중점을 뒀다.(김) 칸 영화제 수상에 배우로서 욕심이 있나. ▲ 우연히 제가 연속해서 가게 됐는데 영광이다. '밀양'에서는 전도연씨가 좋은 소식을 들려 줬고 '놈놈놈'이나 '괴물' 때는 경쟁 부문이 아니라 편하게 갔다. 이번에는 솔직히 더 큰 상을 받고 싶다. 정말 욕심 낸다면 황금종려상을 받는 게 소원이다. (송) 연출자로서 어려웠던 점은. ▲ 장소도 좁은 방 안이 주된 배경이고 등장인물도 얼마 안된다. 굉장한 볼거리가 속출하는 영화도 아니고 몇 명 안되는 등장인물의 행동과 표정으로 전체를 이끌어 가야 하는 작품이다. 캐스팅 당시 이런 점을 명심하면서 아주 공들여 했다. 그 보람을 찾게 되서 감독으로서 축복이다. 마음 한 편에서 캐스팅을 얼마나 잘했는지에 대해 우쭐한 마음까지 생긴다. 주연부터 송영창, 오달수 등 완벽하게 자기 몫의 100%를 해줬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