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지난 20일 팬택 인수의향서를 낸 3개 업체가 모두 인수 의향이나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후속 입찰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창업주인 박병엽 전 부회장이 1991년 무선호출기(삐삐) 제조사 맥슨전자에서 나와 설립한 팬택은 한때 국내 휴대전화 시장 2위에 오르면서 ‘샐러리맨 신화’로까지 불렸지만 법정관리에 이어 결국 청산의 문턱까지 다다르게 됐다.
이제 팬택의 운명은 법원과 채권단의 최종 결정에 달렸지만 다시 매각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을 사들이려는 의향을 가진 국내외 업체를 더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그런데 정작 팬택 임직원들의 표정은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21일 팬택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매각 시도가 계속 실패했기 때문인지 특별히 동요하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휴직에 들어간 임직원이 전체 1,500여 명 중 절반이나 되기 때문에 서울 상암동 사옥 분위기 자체가 썰렁한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앞날은 불투명하지만 팬택은 남은 힘을 다하고 있다. 2013년 10월 현대카드와 손잡고 시작한 ‘브루클린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는 공장지대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세련된 장소로 탈바꿈한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처럼 재기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현대카드는 팬택 신제품의 디자인과 마케팅을 무료로 해주기로 했다. 법정 관리에 있는 팬택에 대한 ‘재능 기부’라기 보다는 자사의 모바일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작년 11월 ‘베가 팝업노트’ 이후 새 스마트폰 모델을 내놓지 못한 팬택은 이 프로젝트에서 개발 중인 신제품을 오는 7∼8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그때까지 회사가 살아 있다는 가정하에서다.
팬택은 기존에 출시한 일부 모델의 영업활동은 물론 사후서비스(AS) 역시 지속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팬택이 새 주인 없이 버틸 수 있는 ‘최후의 순간’을 길게는 상반기까지로 보고 있다.
법원은 채권단과 협의해 1∼2주 안으로 팬택의 청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벤처 제조사의 신화가 계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