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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지난해 말부터 코스닥 기업에 투자해 꽤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해서 주식에 관심이 생겼어요. 1%대 이자를 주는 은행에 묻어두기에는 뭔가 손해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처음으로 주식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인 김영미(29·가명)씨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 최근 몇 년간 썰렁하기만 했던 증권사 지점들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이 상승흐름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대로 낮추면서 더 이상 안전자산에만 투자해서는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미 NH투자증권 WMC 프라이빗뱅커(PB)팀장은 "가족들이나 동료들의 소개를 받고 주식이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려는 고객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리테일 영업에서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수익이 나고 있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돌아오면서 주식시장의 거래대금도 8조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게 되자 한때 천덕꾸러기로까지 전락했던 증권사들의 리테일 부문이 속속 흑자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리테일 부문에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KDB대우증권의 경우 올 1·4분기부터 흑자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전체 인력의 60%가량을 리테일 부문에 배치할 정도로 리테일에 많은 공을 들여왔지만 지난 한 해에만 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증권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 중인 경영효율화 작업과 더불어 시장이 회복되면서 리테일 부문이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고 경쟁사에 비해 강점을 지닌 코스닥시장의 상승랠리가 이어지면서 지점 영업사원들이 바빠지고 있다. 현대증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되살아나면서 신용 및 대출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지는 추세"라며 "최근 2~3년간 극도로 침체돼온 영업지점의 분위기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지점 수를 줄인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이미 1월에만 30억원 수준의 흑자를 내며 지난해 리테일 부문이 벌어들인 전체 수익을 넘어섰다. NH투자증권도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증가와 금융상품 판매호조로 올해 2월까지 리테일 실적 증가율이 38%에 이르렀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3월 말 대비 현재 47.2%의 상품자산 증가세를 보였다. 상품자산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성 자금을 제외한 펀드·ELS·랩 등 투자자산을 의미한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은 보통 CMA나 RP 등 단기 금융상품에 몰리지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상품자산으로 자금을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주식거래 1위 업체인 키움증권의 경우 올해 1~2월 리테일 총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40%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리테일 수익은 2,533억원이었다.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 고객들이 떠나가지 않도록 고객들의 수익관리를 가장 우선하는 경영방침이 증권가에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률이 곧 신뢰의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과거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과도한 매매 등을 한 결과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쓰라린 경험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이 올 3월부터 영업직원 평가기준에서 고객 수익률을 50% 수준으로 반영하기로 하고 분산투자를 통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구현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컨설팅 영업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