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서로 잘 방조해봅시다." 북한과의 사업을 계획하는 사람은 이런 말에 당황해서는 안 된다. 북한에서 '방조'는 '협력'을 뜻하는 비즈니스 용어다. 한국에서 방조는 타인의 범죄에 편의를 주는 행위라는 법률용어로 주로 쓰여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지만 북에서는 정반대다. 한국무역협회는 3일 국립국어원과 공동으로 북한과 무역하려는 기업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남북한 무역 실무용어 비교집'을 펴냈다. 우선 북한은 대외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무역 용어의 숫자가 크게 부족하다. 또한 한국의 용어가 영어 또는 한자식 표현을 바탕으로 하는 데 비해 북한은 우리말을 풀어 쓰는 경향이 강하다. 우선 북에서는 선하증권(船荷證券ㆍBL)을 '배짐증권'이라고 부르고 구상무역(求償貿易)을 '맞바꿈무역'으로 부른다. 선적선하증권은 '실림 배짐증권'이다. 계좌(計座)도 우리말로 풀어 '돈자리'로 부르며 담합(談合)행위는 '계획적인 행동'이라고 알기 쉽게 표현한다. 한자어를 그대로 쓰지만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북한에서는 어음 또는 서명을 '수형'이라고 부르며 수표는 '행표'라고 표현한다. 여행자수표는 '려행행표'다. 계좌에서 입출금된 금액을 일컬을 때는 '류동고(流動高)'라는 용어를 쓴다. 이 밖에 환율을 '현금환자시세'로, 부가가치세를 '거래수익금거래세'로 부르고 클레임을 '사고청구'로, 디자인권을 '공업도안권'으로 부르는 등 한국에서는 익숙한 영어식 표현을 잘 쓰지 않는 것에도 주의해야 한다. 무역협회 측은 "북한과의 무역업무 진행과 계약체결은 경제적 이익 및 손해에 직결되므로 사전에 용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남북이 똑같이 쓰는 용어라도 실무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뜻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역협회는 이번 자료를 남북교역업체에 우선 배포할 예정이다. 대북교역 포털사이트인 '남북경협정보센터(http://interkoreatrade.kita.net)' 내의 자료실에서도 볼 수 있다.